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경환 Jul 02. 2024

가짜 겸손

나는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명제 중에서는 마지막 것이 가장 옳고, 유일하게 옳은 것으로 여겨진다 ; 왜냐하면 “나는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요컨대, 내가 있다는 뜻을 어쩌면 품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내가 있다고 믿는다”도 마찬가지다. 하나에서 또 하나로 옮아가는 데는 “나는 하느님이 있다고 믿는다”를 하느님의 존재 증거로 삼는 만큼의 대담성이 있다. 한편 : “나는 내가 있다고 느낀다”에서 내가 판사이자 원고이다. 여기서는 내가 어떻게 틀리겠는가.


---


어젯밤부터 수면용으로 조금씩 읽고 있던 앙드레 지드의 <땅의 양식>에 나오는 말이다. 이 부분에서 지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것 같다. “어떤 거룩한 계시의 신비스러운 개입 없이 스스로는 아무런 진실에도 이를 수 없다고 믿는 그 ‘가짜 겸손’을 싫어하는 전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