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可)와 하(何)

by 진경환


김시습이 도연명의 음주시에 화답한 시 스무 수(和淵明飮酒詩二十首)가 전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열다섯 번째 시를 좋아한다. 그 시 마지막 두 구절은 이렇다.


放曠須適意, 此日足可惜.

풀이하자면, “호탕하게 사는 게 뜻에 맞으니, 오늘이 아쉽기만 하구나”이다.


그런데 어느 풀이(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0)를 보니 이렇게 되어 있다. “구속 없음 모름지기 뜻에 맞으니, 이 날을 어찌하여 아깝다 하랴.” 이상하다 싶어서 부기한 원시를 보니, “此日足可惜”을 “此日何足惜”이라고 해 놓았다.


아무래도 의심이 가서 원전을 찾아보니, 분명히 “此日足可惜”로 되어 있었다. 그것을 “此日何足惜”으로 바꾸어 놓고, 그렇게 풀이를 해 놓았던 것이다. 일견 김시습의 방달불기한 성격에 비추어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원문을 고칠 수는 없다.


그런데 더욱 괴이한 것은, 근래 나온 어느 풀이다.(돌베개, 2006) 거기서는 “내 멋대로 사는 일 뜻에 맞으니, 하루하루 애석할 것 무어 있으랴”라고 번역하였다. 그런데 거기에 부기한 원시는 “此日足可惜”이다.


참고로 “此日足可惜”이란 구절은 퇴지 한유의 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후대의 많은 시인묵객들이 애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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