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학정에 저항해 궐기를 촉구한 가사인 「향산별곡(香山別曲)」은 어려운 말들이 다수 등장해 읽기가 쉽지 않다. 이 어려운 노래를 고등학생이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런데 수능을 준비하는 학원가에서는 ‘예상문제’ 운운하면서 이 노래를 가르치는 모양이다. 어느 학원 강사가 풀이한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기에 보았는데,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수많은 오류가 아무런 성찰, 통제도 없이 ‘교육’되고 있다. 그중 하나의 예만 들어보자.
“대전통편(大典通編) 숙록비(孰錄非)라 네 문장(文章)이 말 되느냐”
여기서 ‘숙록비’를 ‘누구를 잘못이라 기록하겠는가?’라고 풀어 놓았다. 엉터리 한문과 풀이일 뿐 아니라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풀이는 해놓았지만, 결국 이 짧은 구절이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숙록비(孰錄非)'는 '숙록비[熟鹿皮]’의 잘못이다. 숙록비는 ‘잘 다듬은 사슴 가죽’이라는 뜻이다. 옛 속담에 “녹피에 가로왈 자[鹿皮曰字]”라는 말이 있는데, 부드러운 사슴 가죽에 쓴 왈(曰) 자는 그 가죽을 당기는 데 따라 ‘일(日)’ 자도 되고 ‘왈(曰)’ 자도 된다는 뜻이다. 이는 곧 주견이 없이 남의 말에 붙좇거나, 일이 이리도 저리도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서 관원(官員)의 판결이 그와 같음을 비웃은 것이다. 여기에서 ‘숙록비대전(熟鹿皮大典)’이라는 말이 나왔다.
저 구절은 이런 뜻이다. <대전통편 같은 율서(律書)는 관원들이 제멋대로 주무르니,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하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서야 되겠는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저렇게 어려운 가사를 굳이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래저래 이 땅의 교육, 참으로 첩첩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