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쟁이와 함께하는 영어과외

3. 성인영어문법과외

by Rumi



드디어 쑥쑥이가 태어났다. 초초초 예민했던 그녀는 일 년이 넘게 밤에 깊이 자는 법이 없었다. 일 년 동안 그녀도 자랐고 나도 자랐다. 너무 육아가 힘이 들어서 이중생활을 할 시간이 없었다.



끼니를 제대로 먹으면 다행이었고, 세수를 하고 사람처럼 단장을 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았다. 신랑은 너무 바빠서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고 육아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이제 막 서른 살이 되었던 나는 말 못 하는 아이와 둘이집에서 하루종일 있기란 너무 힘이 들었다. 동요를 목청 터져라 불러줬고 집에 있는 책은 마르고 닳도록 읽어줬다. 날씨가 좋은 날엔 유모차를 끌고 밖을 나가도 그날이 그날이었고 아는 어른 사람도 없어서 항상 둘이서 대화를 했다.


“엄마랑 나오니 좋지? 엄마 커피 한잔 사서 들어갈까? 얼른 커서 엄마랑 같이 빵 먹자.”


혼잣말을 엄청 했다. 짜증 부리고 밥 안 먹고 힘들게 할 때는 어휴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지만 방긋방긋 옆에서 웃어주며 나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육아에 찌든 내 마음은 사르륵 녹았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다.


“우리 학원에 엄마들이 영어기초문법을 배우고 싶다는데 선생님 생각이 나서 연락했어요. 아이가 어리다고 했는데 같이 놀아주면서 배운다고 연락해보라고 해서요.”


“오오 선생님, 알겠어요. 저희 집에서 같이 공부해 볼게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덥석 선생님의 제안을 받았다. 뭐 기초 영문법이니깐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되었다.



그때 시원 스쿨 기초 영문법책을 골랐다. 시간을 쪼개서 예습을 하고 일주일이 두 번씩 언니들과 같이 공부를 했다.



딸내미는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오니 더 좋아했고 걱정과 달리 공부하는데 옆에서 자기도 끄적거리면서 생각보다 협조를 잘해줬다. 같이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신기했는지 옆에서 자기도 책을 읽고 낙서를 하며 놀았다. 이왕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며 책 한 권이 끝날 때까지 외우고 또 외우고 목 터져라 설명을 했다.



한마디도 영어를 할 줄 모르던 언니들이 영문법 책이 끝나 갈 쯤엔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참 신기 했다. 내가 잘 가르친 게 아니고 시원스쿨 기초 영문법 책이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반복 연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그 당시에 획기적인 책이었다. 두꺼웠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공부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딸내미도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고 낯가림이 하나도 없었다. 과외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고 꼬질꼬질 한 내 모습이 싫어서 꽃단장도 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네소프레소 머신도 샀다. 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나에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과외를 하는 시간은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해 줬다. 비록 아이와 함께 했지만 세 번째 나의 이중생활로 조금은 육아전쟁에 숨통이 트였다.



역시 이중생활은 엄마에겐 필수였다.




엄마의 12년째 이중생활을 연재해 봅니다.



대문 사진 -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