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함께
살아계실 때 더 친근하게, 사근 하게 할아버지를 대하지 못했던 것이 가슴속 깊이 후회로 남아있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그렇게 당연한 과제인 듯 우리는 후회를 한다. 후에는 돌이킬 수 없으니 매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깨달아 후회를 만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설령 그걸 미리 깨닫는 초능력을 발휘할지라도 지나고 나면 우리는 기를 쓰고 또 다른 후회를 만들어내 아파하고, 힘들어할 것이다.
이제 난 내가 가진 후회를 꼭 껴안고 남은 시간들을 살아내야 한다. 이제 나에겐 그런 후회를 만회할 기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단지 남겨진 사람들에게 할아버지의 몫과 나의 후회를 더해 뭉쳐진 마음들을 뒤늦게라도, 더 후회하기 전에 나의 진심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뿐이다.
사람은 지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후회를 한다. 제 아무리 효자라고 해도. 제 아무리 사람 여럿을 살린 의사라고 해도 말이다. 사람 만 명을 살린 의사도 딱 한번 수술을 성공시키지 못해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평생의 죄책감을 가슴 한편에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누군가를 잃고 나서 남게 된 무수한 후회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선명했던 기억도 갑자기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제는 없는 사람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너무 과거에 매몰되어 현실을 회피하는 것 아닐까.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러다 다시 반문한다. 그럼 이곳에 없는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 떠나가고 남은 자리에 아직도 당신의 체취와 흔적이 가득한데, 당신은 정말 이곳에 없는 건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누군가가 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은 이제 여기 없는 거라고. 훨훨 날아가 떠난 거라고. 원래 그런 거라고.
근데 아니었다. 나는 오늘도 그를 봤다. 그와 닮은 엄마와 아침을 맞이하고, 그의 담대함을 닮아 살아가려는 내가 오늘도 이 세상에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이젠 멈춰있는 그의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적시는 날도 아직 많지만, 나는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들을 떠올리며 웃음 짓기도 한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겨두고 떠났다. 남겨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뭉치고 다시 뭉쳐내면 그를 만날 수 있고, 또 함께할 수 있다. 그래서 난 그가 떠나 우리의 곁에 없다는 사실을 가끔 잊곤 한다. 남은 흔적들이 모여 만들어낸 그는 아직 여기, 우리가 있는 곳에 남아있기에.
그는 오늘도 분명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