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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Sep 23. 2022

항체 양성률이 97%라면서 마스크는 왜 씌우나?

전문가란 이들과 관료들의 말도 안 되는 판단에 헛웃음이 난다.

한덕수 총리가 오늘 아침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건적(제한적) 실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 해제로 인해 5월부터 줄곧 유지돼 왔던 '50인 이상 집합 시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유지' 조항 공식 폐지다. 그러면서 그가 든 근거 '자연 감염 및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 양성률이 97%로 조사됐다'는 것이었다(이는 전국 단위로 1만 명을 무작위로 선발한 결과다).


그런데도 4개월 만에 겨우 한다는 소리가 '실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 전면 해제'다. 이로써 한국은 답이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며, 이와 함께 찬란했던 K방역은 그 존재 및 지속 가치를 공식적으로 상실하고야 말았다. 왜냐, 분명 방역 초반엔 국민 절대 다수가 집단면역을 보유하면 방역 조치를 끝낼 것처럼 말하더니, 그때로부터 무려 2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통제를 언급한다는 건 애초에 저들에게 방역 조치를 끝낼 생각이 없었으며, 오히려 절대 다수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제로 코로나 정책(한국에선 '방역=제로 코로나'다)'을 유지할 의도임이 이런 일련의 논의와 조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의 모두에게 항체가 있는데 자꾸 백신 접종을 유도하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한다? 이것은 합리적 통제의 수준을 진작 지난 이유 없는, 불합리의 극치를 달리는 불필요한 통제다. 그럼에도 이런 무의미한 상황이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박사 학위를 소지한 저들이 지식의 양과 판단력은 반비례함을 스스로 내보이거나 아예 의도적으로 국민을 통제하겠다는 그 야심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볼 땐 두 가지가 얽히고설켜 있다. 뭐가 더 높은 비율이라고 할 필요도 없이 매우 유기적이고도 화학적으로 결합돼 있어서 뭐 하나 덜하지 않다.


이러니 정기석 교수가 일상으로의 전환 운운하며 '6개월' 타령을 한 게 이해가 안 될 수가 없다. 고작 '실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데에 단계적으로 4개월이 걸렸다. 그러니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이것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고, 그 이후로도 방역 자체는 지속하다가 어느샌가 슬그머니 '고위험군 중점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 말하면서 사실상 방역 중단을 발표할 것이다. 불 보듯 너무나 뻔하다.


어떻게 항체가 97%나 있다고 발표하면서 저렇게 뻔뻔하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겠다고 말할 수가 있나 싶다. 이건 전혀 과학이 아니고, 또 '과학적'이지도 않다. 100%에 수렴하는 비율로 항체를 갖고 있으면 통제 조치는 당연히 철폐해야 하는 것이고, 하루빨리 바이러스 교차 감염을 유도하여 제대로 토착화될 수 있게 해야 맞는다. 그런데도 이따위로 하겠다는 것은, 질병관리청 고위 관계자들과 저 전문가라는 '엘리트 집단'이 "우리는 아직도 감염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어요." 하고 떠벌리는 꼴이나 다름없다. 이런 후진적인 인식이 바뀌지를 않으니 가장 핵심적이고도 관건이 되는 조치인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행정명령이 철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무지하거나 간악한 인간들아, 감염 자체가 문제면 도대체 실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는 왜 폐지하냐? 그냥 이 나라가 존속되는 한 계속해서 마스크를 강제로 착용시키지 그래?


저 사람들은 '방역 전문가'가 아니라 '방역 전문가라는 이들'이다. 더는 전문가라고 볼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정말 전문가일지도 모른다. 다만 전문가의 진면목을 제시한 것이라고 봐야 맞겠다. 전문가란 본래 학문적 아집에 휩싸여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존재임을 천하 만방에 선포했다고 봐도 무방하게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절대 시대를 지나왔건만, 이제 저들은 '과학', 그것도 '그들만의 과학'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를 만들고야 말았다. '과학적 진리는 변할 수 있다'는 전제를 늘 가슴에 품고 꺼내 보아야 할 이들이 '우리의 판단은 절대 옳으니 함부로 고쳐서는 안 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저들은 과학이란 '학문'을 연마하는 게 아니라 과학이란 '종교' 내지 '사상'을 신봉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슨 종교 최고위 성직자(흔히 '추기경'이라고 묘사되는 직책)들이 몰래 모여 종교 교의를 통해 사회를 어떻게 통제할지 의논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나는 마스크를 쓸 거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이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마스크교(敎)에 깊게 빠져 있는 걸까 싶다. 의무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마치 그것이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행위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스스로가 '나 멍청하오'가 쓰인 방을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것과 같음을 정녕 모르는 걸까?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일러 '나는 우리 안에 갇힌 돼지로 사는 게 좋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돼지가 우리 안에 갇히고 싶어서 갇혀 있나?)


이 '뉴 노멀'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한쪽으로 강제하여 정형화했음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사람의 인식, 즉 '여론'과 정부 정책에 따라 얼마든 훼손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매우 중대한 예시다. 뭐, 민주정이란 애초에 다수가 형성한 의지에 의해 정치 행위가 일어나는 체제니 중우정으로 빠질 가능성을 상시 내포하고 있지만, 정작 '자유'와 '자유주의'는 그 다수 의지로 인해 끝을 모르고 계속 추락할 테니, 민주에 속아 자유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이상 한국인은 '자유민주주의'가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제 잘난 맛에 살아갈 것이다.


현세에서의 지옥은, 어쩌면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생각이 자신과 사회를 어떠한 상태로 몰아넣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엔 지금 이 나라가 지옥에 있다. 마스크 지옥, 방역 지옥.

이런 시각이 계속해서 제기되어야 마땅하지만, 저 방역 당국과 전문가란 이들이 쌓아놓은 견고한 성벽은 좀처럼 무너지려 하지를 않으니 나라와 사회, 그 무엇보다 각 개인의 삶이 어찌 되려나 매우 걱정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여러 근거가 인간의 손에 철저히 무너지는 것을 어찌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황을 볼 때, 유감스럽게 달라지는 건 크게 없을 것 같으니 아무래도 마스크 강제 착용에 관한 비판은 이쯤으로 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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