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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an 23. 2023

한국에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이유


어느 나라에나 문화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문화가 체제라는 틀 안에서 작용되는 나라가 있는 반면, 문화가 체제를 압도하여 사람들이 법이나 정치적 요소가 아닌 사회적 인식과 문화 상황에 좌우되는 나라가 있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체제의 틀 안에 문화가 작동하는 곳이고, 실제로도 그런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번 문화적 압력이 강하게 추동되기 시작하면 이는 각종 자유와 권리 조항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자유 제한 조항' 하나를 근거로 사회 각처에 가해진다. 사회·문화적 반(反)개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은 개개인의 집단적 각성과 같은 기적을 제외하면 정치체를 통해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강하게 추동하는 것뿐인데, 이마저 '법적 정당성'을 힘입어 무력화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지닌 자유와 민주에 대한 상존하는 위협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건대, 그 무엇보다 이 나라가 독재자의 전횡을 너무나 오래 겪었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독재 세력은 말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쳤으나, 정작 자신들의 통치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적이라 할 수 있는 국가주의[외부 위협(=이북 정권과 공산주의)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해야 한다는 논리]로 정당화해 왔다. 곧 집단의 목표만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추구해야 할 처음이자 끝으로 설정되어 온 것이다. 이로 인해 개인이 온전히 자신의 자유와 권리로 스스로의 목표와 이상, 심지어는 지극히 사소한 영역에 대한 결정마저도 '집단 논리'에 의해 규제받아 온 상황이 이 나라에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이른바 한국의 우파가 자유와 민주 수호를 빌미로 이에 반하는 권위주의를 강하게 발휘한 탓에 결국 사회적으로 자유와 민주는 그저 이론적으로만 유의미하거나 헌법에 명시되었을 뿐인 허울과 같은 개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한국의 우파가 결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 반대 세력에게는(좌파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우파마저도) 정치적 자유만이 되찾아야 할 절대순위에 해당했을 뿐,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인 사회·문화적 자유는 뒤로 밀려 주목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 차원의 위기라 인식되는 상황(이른바 '비상 시국')이 도래할 경우 언제고 개인이 자신의 판단에 의한 주체적 행동이나 사고를 제한당할지 모른다는 위험 요소를 두게 되었다.


나는 한국 사회 전반에 자기 방어 논리의 집단적 기제화(機制化)가 이뤄져 있다고 본다. 이는 마치 일본에서 '집단적 자위권'이라 하는 개념과 유사한데, 당장 내가 위험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내 주변에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와 관련된 그 어떤 군사적 조치도 취할 수 있는 상태와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어떤 이가 스스로 특정 조치를 취하면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음에도 그 위협에 대한 자기 방어 논리를 집단화하다 보니 위협이란 것에 별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않는)이, 또는 집단적 차원의 대응은 불필요하다 주장하는 이에게까지 자신과 같은 행동을 보일 것을 강요하고 종용한다는 의미다. 내가 아무리 대비하더라도 타인의 행동이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이는 의미가 없으므로 특정 행동은 어느 정도 규제될 수 있으나, 내가 대비함으로써 부정적인 결과로 예측된 일을 막을 수 있다면 굳이 타인에게까지 나와 똑같이 행동할 것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위험에 대응하는 자세마저 집단적으로 취하는 것이 미덕을 넘어 의무인 사회에서는 나의 행동으로 충분하다는 인식보다는 타인의 무방비가 나의 조치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이 더욱 강하게, 또한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타인의 자유나 권리는 마땅히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쉽게 성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인민People이 아닌) '국민' 개개인에게 내면화된 탓에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하거나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대상을 물리치거나 극복하기 위해 각종 사회적 자원과 더불어 그 무엇보다 존중받아야 할 '인간'과 그의 자유 및 권리까지 총동원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하게 되어버렸다는 서술 외에는 현 한국 사회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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