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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Feb 03. 2023

101번째 글

다음 백 번째 글을 향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만으로 1년 정도가 됐다. 그러다 보니 글 분량 분배가 되어 블로그에는 다소 짧은 분량의 글을 중점적으로 올리고 있고, 이곳엔 다소 분량이 긴 글을 주로 게재하고 있다. 물론 두 사이트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가끔 귀찮긴 하지만, 이미 그것이 습관이 된 상황에서 가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마치 객(客)과 같은 감정 정도다.


이곳의 이용자로서 느낀 것은, 높은 조회수와 많은 '라이킷' 개수를 얻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만한 글,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자기만의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본인은 별 의도나 생각 없이 쓴 글이라 할지라도 많은 관심을 받는 경우가 적잖을 텐데, 이는 그의 사례가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 주머니를 건드릴 만한 경우 또는 필력이 매우 훌륭한 경우 정도가 되지 않나 싶다.


내가 쓴 지난 백 편의 글을 돌아보면, 이른바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한 내용이 절대적이다. 지난 3년간 한국인이 방역과 그 관련 조치에 보인 반응을 고려할 때 이 사회와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외치는 글이 인기를 끄는 것이야말로 기이한 현상일 테니 말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최대한 많은 이들이 나의 글을 보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글의 성격상 그러기는 매우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그냥 내 할 말을 하자는 마음으로 글을 써 오고 있다. 감사하게도 마흔 명이 조금 덜 되는 이용자가 구독자로 등록되어 있다. 물론 그들이 브런치에 자주 접속하는지, 얼마나 나의 글을 많이 읽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이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따름이다.


사람은 어디에서나 모이기 마련이다. 말과 글이 오가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언어를 구사하더라도 다른 맥락과 관점을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이와는 교류하기 쉽지 않다. 대화와 합의를 통해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바람직하다는 나의 기존 가치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은 결코 다른 생각을 하는 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현실 함께 무너져가다시피 하고 있다. 어쩌다 나와 다른 입장을 지닌 이의 글을 보게 되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 만약 그런 사람을 현실 세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글이 내뿜는 힘과 기운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강함을 느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질문하기를 어려워하지 않았고, 세상에 의문을 던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생각보다 질문을 하고 의문을 품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분명 나의 생각과 가치관대로 사는 것이 미덕인 사회라는데, 정작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다수와 대중의 견해와 맞지 않으면 이를 철회하거나 침묵해야만 하는 나라임을 절감했다. 그렇다고 내가 원래부터 반골 기질을 지녔던 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고, 사회에서 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그렇게 전국에서 손에 꼽는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님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생각하고 질문하는 이를 손가락질하며 '나댄다'거나 '튄다'는 말로 힐난하는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긍정적이고 좋게 여기는 것을 가지고 있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나란 존재와 한국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한때 내가 열광했던 가치와 이념은, 이 사회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나란 존재를 변화시키기에 모자름이 많음을 인지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로써 나의 생각을 드러내게 된 이유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고, 있던 것도 뜨는 해와 지는 달과 함께 없어진다. 이 브런치란 공간도 사람들의 관심을 잃게 되면 그저 잊혀진 공간으로 전락하게 되겠지. 뭐, 당연히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용하다고 여겨지면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곳에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더 쓸 글이 없다는 판단이 서든, 또는 이곳이 서비스를 종료하든 간에 언젠가는 분명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날을 맞이하게 되겠지. 다만 꾸준히 백 편이란 글을 올려 왔고, '다음 백 번째 글을 향해'란 그럴듯한 부제를 달았으니, 상황과 여건이 허락되는 한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갈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깊고 넓은 식견과 통찰력을 지닌 이를 만나 배움과 가르침을 얻고, 나의 글이 또한 누군가에게 귀감이나 본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부단히 생각하고 알아가야겠지.


나의 생각이 다 맞는 것은 아니기에 부족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하되, 나만의 뚜렷하고 확고한 입장을 기반으로 하여 지적해야 할 바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바를 비판하는 글을 써 나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나와 같은 이를 찾길 원했던 이와 마주치고, 나 또한 그러기를 바라는 바다. 개인적으론 혼자 노는 것만큼 쓸쓸하고 재미없는 것도 없던데,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생각과 생각이, 마음과 마음이 오간다면 그것만으로 족하겠다.


이제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내 다음 글쓰기 여정을 계속해서 떠나려 한다. 이에 함께할 이가 한 명이라도 더 생겼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주 큰 힘이자 보람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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