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 전반에 걸쳐 오랜 시간 영향력을 행사해 온 '문화'로부터 인간을 벗어나게 한 것이다.
사람의 의식을 장악해 온 전근대적 문화를 걷어내고 새로운 의식과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핵심 역할로서, 종속에서 선택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야말로 두 사상에게 부여된 '사명'의 실현과도 같다.
그런데 자유·민주화된 어떤 사회가 여전히 기존 문화적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면, 자유·민주주의의 힘이 문화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사회 구성원의 신체제에 대한 수용 능력이 떨어지거나, 신체제에 대한 인식적 저항이 상당히 강하기에 생긴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선 당연히 자유와 권리 행사가 사회 인식적 틀의 제약을 많이 받게 되어 개인이 온전히 주체로서 판단하고 행동하지 못하며, 그렇게 사회와 문화에 종속된 채 반(半) 타율적 존재로 머무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