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시민'이고 아니고가 규범 준수 여부로 결정된다면, 시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신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단순히 전제 군주의 지배를 받는다고 신민인 것이 아니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권력과 권위에 순응하는(해야 하는) 타율적 존재, 이것이 신민의 본질이 아니던가?
만약 '시민'이란 존재가 권위와 규범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오히려 이에 매여 있다면, 과연 그 존재를 시민이라 할 수 있는가?
임금의 칙령과 법률, 그리고 사회와 문화에 얽매였던 존재가 신민이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인이 인식하는 '시민'은, 그 신민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라.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과연 현대의, 그리고 한국에 있어 '시민'은, 법률의 강제와 사회적 시선, 그리고 문화적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진정 시민은 타자가 아닌 순전히 '나'에게서 비롯되는 존재인가?
스스로가 시민이라 자부하는 이들이야말로, 실은 여전히 신민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