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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Sep 10. 2023

생각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오늘이 자살 예방의 날이란다. 그것도 '세계' 자살 예방의 날.

네이버 메인 화면에는 "우리는 모두 소중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 자살 예방의 날과 관련된 이미지가 띄워져 있다.


근대 사회는 인간의 존엄과 주권의 개념을 힘입어 전제정으로부터 벗어나 민주공화정으로 이행해 왔다. 비록 몇몇 국가가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고, 말은 민주정체라지만 실제로는 과두정 또는 일인독재체제를 채택한 국가도 있긴 하나,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는 근대 사회의 명제(전제)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분명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심지어는 그 당시에도 인간의 동등한 지위와 권리 개념은 명백히 부정되었으며, 그럴 소지가 다분했다. 인간의 자유 실현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이 인정 및 용인되어야 했고, 누군가는 자유라는 이름하에, 그의 배경과 생득적 능력 또는 우연적 요소를 통해 타인보다 더 앞서나갔다. 모든 인간이 절대 권력과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인간은 곧 새로운 권력과 권위에 순종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자유로워진 인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의 존재성과 역할을 규정하고 부여해 줄 수 있는 상위의 무언가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에리히 프롬이 말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해당한다.


더는 법적으로 계급제가 용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근대 사회의 원칙에 따라 모든 인간은 법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인식상으로는 그렇지 않음이 여러 상황을 통해 증명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잣대나 사회적 기준에 의거하여 사람을 각기 다르게 평가한다. 자유와 평등이란 그럴듯한 가치는 그저 허울뿐인 것으로 전락하였고, 인간은 내던져진 채 사실상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판치는, 문명의 허울을 쓴 신(新) 야만 사회를 살아가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저 문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말만큼이나 달콤하다. 그리고 그러한 만큼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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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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