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달라져 있나?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갔던, 최악의 사고를 야기한 저 두 마디의 말.
이것이 한국 사회에 울린 경종은 명확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지 말라는 것.
누군가의 지시와 통제에만 자신을 맡기지 말고,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라는 것.
신속히 그들을 구했더라면 없을 일이었으나
위기의 순간,
타인의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의 판단을 믿는 법을 배웠더라도,
그렇게 땅에서 발을 박차고 나가는 법을 배웠더라도
그들의 시계는 그렇게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이 사회는 달라진 것 하나 없다.
말로는 '자기 주도', '주체성'을 강조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율적 판단이란 사치가 되어 가고 있으며
자유는 '남을 해치는 가치'로 낙인찍혀 밉보인 지 오래다.
나의 생각대로 하려는 이에게 돌아오는 말은
'튄다'
'나댄다'
수십 년째 그대로.
말과는 다른 의도에
그저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타인의 말에 떠밀려 살아가는 사람들.
정말 중요한 것은 개인의 판단(력)과, 이를 배양해 줄 교육이건만
판단은 교만 취급을 받고, 교육은 의미를 잃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생명과 안전을 명목으로 통제를 일삼고,
진정 추구해야 할 자유와 권리 앞에선 침묵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말초적인 쾌락만을 좇아 방종을 택하는 사람들과,
일신의 안녕만을 지상 가치로 삼는 이들.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지 않으며
상자 안에서 떠드는 '전문가'의 말과, '논문'이란 이름의 종이 쪼가리에만 의존하는 세상.
이 사회는, 아직도 달라진 것이 없다.
가만히 있어 별이 된 이들을 잊은 것일까?
동굴과 극장의 우상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이들과
타인을 그 동굴과 극장에 밀어넣어 제 뜻대로 조작하려는 자들.
아직도,
이 사회는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이렇게 말하며,
개인을 말살하고
사유를 말살하며
정치를 말살한다.
과연 그렇게 죽어간 이들 앞에, 그 누가, 그 어떤 세력이 당당할 수 있을까?
간사하고 간악한 세 치 혀로 이 말 저 말 떠들어댈 수는 있어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은 감춰지지 않는다.
이 사회는 언제까지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을 원할 것이다.
입력한 명령어대로 행동하는 로봇이 되길 바랄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고, 궁극적 지향이라며
다수의 논리를 앞세워,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을 무력하게 할 것이다.
너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라고,
그게 맞는지 계속 생각하라며
그를 옥죄고, 몰아부치며, 괴롭힐 것이다.
어제도 그랬듯,
오늘도 그러하며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겨야 변화할 것인가?
바뀌지 않으면서, 바뀌길 바라는 사회에
더 나은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