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과연 얼마나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불평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관계의 불평등'이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인간 사회에 불평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동물이란 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란 존재의 특성상 불가피하긴 할지라도, 관계의 불평등이 존재의 평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인간 존재의 평등' 인간 사회에 적용되는 절대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특히 몇몇 사회에서는 많은 영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해 관계나 인간적 문제에 관계의 불평등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서열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평등을 해치고, 그 관계까지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이들이 직면하는 현상(現狀)이다.
근본적으로 관계보다 앞서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이고, 또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계에서 생기는 불평등이 '인간'이라는 보편 범주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이 사회가 진일보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누군가와 관계적으로 상하 관계에 있고, 관계적으로 좋고 싫음(호오)의 여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과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인간이기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 '서열', '질서', '위계'에 민감한 사회일수록,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질서를 세우는 위치에 있는 자, 서열과 위계의 측면에서 '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자일수록 이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떤 집단이나 사회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능력, 또는 나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대개 그들에게 주어져 있어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모두가 서로를 평등하게 대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흔히 '현실적'이라 불리는) 여러 이유로 이를 쉽게 달성할 수 없다면, 현실에서 내가 다른 인간 존재와 동등하다는 의식을 스스로 함양해야 하고, 그런 태도와 의식을 교육과 제도를 통해 강력히 뒷받침해야 한다. 그것이 천국으로 향하는 길은 아니더라도, 그래야만 '타인이 지옥'인 사회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