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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ul 08. 2022

이준석 죽이기, 박지현 내치기?

과연 그들은 '토사구팽'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일까?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 더불어, 어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치 처분을 받으며 정치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2030 정치인들이 집중 포화를 넘어 거의 몰락 수준의 고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을 내 주관적인 시선에서 풀어낼 목적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20대 남성으로서 같은 '청년 세대'에 해당하는 그들이 정치적으로 풍파를 겪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는 정치적 입장에 따른 것은 아니다. 일단 나는 그놈의(사람들이 하도 이대남 타령하니 '그놈의'라고 표현한 것임) '이대남'에는 들지 않음을 밝히고, 자꾸 20대 남성이면 무조건 이대남 취급하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일갈하는 것으로 운을 떼려 한다.


개인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을 지지하긴커녕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자칭 중도인 내가 보아도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 이후 지선까지의 행보는 다소 불필요한 내부 분란을 야기하는 것 같았다. 사실 선거란 것은 어느 정당에서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국민들이 안 좋게만은 보지 않는다. 그러나 86 세대 정치인 및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무쇠와 같은 고집을 고려할 때 박지현 씨의 '당 쇄신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만 부를 뿐이었다. 그들이 과연 박지현 씨의 '진가'를 알아보고 영입한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 그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란 '여성 대상 성착취형 범죄를 파헤친 투사', '20대 여성', 굳이 넣자면 '비수도권 대학 출신' 정도였고,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몇 년에 걸쳐 여러 명의 유력 정치인이 성범죄 문제로 낙마한데다 그들을 동지라는 이유로 비호한 당내 적잖은 세력이 국민에게 밉보였으니 이미지 쇄신 용으로 그를 영입한 것 정도로밖에 안 보여서였다. 과연 민주당이 '페미니즘'이란 가치를 지향하는지도 모르겠거니와, 페미니즘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것을(또는 다수가 이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박지현 씨의 '불꽃 추적단' 이력이 그가 민주당에 영입된 주된 요인이긴 하나, 당에서 그 이력만 가지고 박지현 씨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뭔가 속 빈 강정과 같은 모양새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에게 정치적 야망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일단 당 쇄신을 하려 해도 대선부터 지선까지의 기간이 꽤나 짧았고, 비대위는커녕 그저 선거대책위 하위 조직과 다름없는 기구로 기능했기 때문에 진정 개혁 의지를 갖고 있었다 한들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에서는 당장 결집하여 선거에서 완패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이 자꾸 86 용퇴론과 같은 말을 꺼내고 조국 전 장관의 사태를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니, 당의 입장에선 당연히 나쁘게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다 비대위원장 사퇴 이후 당적 최소 6개월 유지가 당 대표 출마의 기본 요건이었음에도 출마를 결정한 것에서 박지현 씨의 평판은 바닥을 찍게 됐다. 이제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 처지가 되었는데, 과연 당에서 박지현이란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그저 일회용 인재 취급하여 버릴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재명 의원의 지지 계층이 워낙 두터워진 상황인데다 이재명계가 아니더라도 박지현 씨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로 인해 당장 당에서 뭔가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당내 여성 세력은 페미니즘과 당 쇄신보다는 이재명 의원의 당권 장악과 대권 주자 진출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보아도 당장 그의 행보가 낙관적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한편, 이준석 대표의 경우 언론과 정계에서 언급하는 2030 남성들이 환호할 만한 '스펙'을 갖추었다. 하버드대학 출신에 20대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하였고, '박근혜 키즈'의 한 사람으로서 탄핵 이후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생존하여 결국 한국 최초 '30대 0선 당 대표'라는 위업을 달성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혁 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친분으로 인해 그 또한 보수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기에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청년들은 그를 대부분 지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과연 젊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의 상징이 될 수 있는가란 생각 말이다. 난 자본주의적 정치경제 질서와 이를 정당화하는 능력주의가 한국 사회 성장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에, 자본주의와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당연히 속에서부터 썩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니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2030 세대가 외치는 공정과 정의는 정작 자본주의 및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편파적 정의와 공정'일 수밖에 없다. 즉 그것이 정의의 절대적 기준이나 가치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준석 씨가 보수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에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체제를 기꺼이 용인하고 이에 따른 질서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 혁신이라면 그건 30대인 이준석 대표가 아닌 전부터 당에 몸담아 왔던 다른 보수 정치인들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시대가 바뀌었고, 더 이상 옛날의 가치관대로 살 수는 없다면서 정작 보수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보수의 혁신을 수반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종래의 보수적 가치를 지지해 온 중노년 세대와 '새로운' 보수적 가치를 외치는 청년 세대가 '보수'라는 대의 하에 공존한다는 것이 형식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그 기저에는 상호 적대성이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는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사상인데, 중노년층이 지향하는 보수는 반공주의와 권위주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보수고, 청년층이 지향하는 보수는 그야말로 세기말에서 21세기적 가치관이 담긴 이른바 'MZ스러운 보수'이기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것이 이준석 씨에 대한 대대적 공격으로 실현되었다고 본다.

사실 이런 상호 적대감은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현 대구시장)를 지지한 계층과 윤석열 당시 후보(현 대통령)지지한 계층이 연령대로 나뉘었다는 것으로 이미 드러났으며, 현재 이준석 씨를 끌어내리는 데에 크게 공헌한 이들이 바로 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세력이란 점에서 국민의힘 신흥 강자로 떠오른 그들이 보수적 청년 세대가 지지하는 이준석 씨, 그리고 그가 지닌 혁신에의 가능성이란 것을 전혀 유의미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이준석 대표는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만한 중요한 재원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의 당 장악에 지장을 초래하는 눈엣가시 정도이기에, 다른 말이지만 영국 보수당이 이중적 행태와 여러 차례의 거짓말로 비난을 받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불신하게 된 것과는 다른 문제다(결국 그는 어제 총리직을 사임했다).


나는 내가 청년이란 이유로 청년인 박지현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지지할 생각은 없다. 뭐, 인간적으로야 나쁘게 볼 이유가 없지만, 내게 유의미한 건 두 사람이 지닌 가치관과 내 가치관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안 맞는데 지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기성 정치 세력이 얼마나 그들을 진지하게 대해 왔는지, 또한 그들을 단순히 정치적 도구로 넘어 평등한 당원이자 '동지'로 생각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에는 10년 가까이 당에 몸을 담았으니 기득권에 속한다고도 할 수는 있겠으나,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정치적 자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고, 박지현 위원장은 완전히 정치 신인이기에 기득권에 해당하는 기존 세력이 그를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의 정치적 행보가 내게는 여러모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주었고, 한편으로는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게도 했지만, 각 당이 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좋게 말해 '전략적 자산'이란 관점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각종 술수가 난무하는 곳이 정치계이겠지만, 최소한의 신의가 있다면 이렇게까지 두 사람이 흔들렸을까 싶어서다. 아직까지 두 사람이 정계에서 '인간 박지현', '인간 이준석'으로 평가받기에는 입지가 그리 튼튼하지 않은 상황이고, 그런 이유로 당분간은 '청년 정치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을 텐데, 각 당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지지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되지가 않는다. 그 결과가 비대위원장 사퇴 이후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 결정박지현 씨에게 가해진 이재명계의 집중 포화였고 이준석 씨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림으로써 당 대표로서의 직함을 무력화한 것이었다. 이게 순전히 두 사람의 정치적 무능력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기에는 석연치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향후 서로 다른 두 정치인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일로 거대 양당에서는 한 세력에 편향되는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이를 정치 세력 갈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세력이랄 게 없는 두 사람에게 가해지는 같은 당 차원의 공격은 과연 세력 갈등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 '주류가 아닌 이'에 대한 질타와 비난을 기꺼이 감수한다 한들,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박수와 응원, 격려일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아무래도 두 사람이 앞으로도 쉽지 않은 정치 여로를 걷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다시 당의 전면에 등장하여 민주당이 말하는 당 쇄신, 국민의힘이 말하는 보수 개혁에 기여할지, 아니면 당에 의해 그들은 버려지고, 그렇게 골칫거리 내지 '내부의 적'을 제거한 각 당은 오로지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여 도로 예전으로 돌아갈지는 느 정도 예측이 된다 할 수 있겠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성접대 논란은 분명 중대한 사안이나, 일단은 의혹 제기 단계고 법적으로 사실관계가 밝혀진 바 없으므로 이에 본문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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