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동거는 단순히 정부에서 시행하겠다 발표한다고 시작되는 게 아니다. 위드 코로나의 실행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중(국민)적 차원의 인식의 전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더 이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러므로 방역을 지속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들이붓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혹자는 '빠지는 물보다 들이붓는 물의 양을 더 많게 하면 되지 않느냐' 말할지 모르겠는데, 이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구멍을 메우지 않는 이상 어차피 물은 빠질 텐데 물만 더 들이붓는다고 해결이 될 리가 있나.
(한국에 한하여) 확산 2년 7개월째인 지금에 이르러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아 보인다. 뭐, 남 눈치 보거나 아예 하라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별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일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도 바이러스를 실체적 위협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처음엔 미증유의 사태에 놀라 다들 공포감을 가졌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방역으로는 확진자 0명이란 이른바 '제로 코로나'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인지했고, 더 이상 이런 식으로 해서는 종식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사실 이를 깨닫는 것이 관건이다. 바이러스가 토착화의 길로 들어선 지 오래인 현 상황에선 '통제', 즉 '확산 차단'이란 방법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함을 모두가 받아들여야 진정한 의미로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다. 이는 불편하더라도 모두가 바이러스 감염을 감수하며 살아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방역이 지속된다는 것은, 국민도 정부도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어떻게든 "확진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외치는 게 아니겠는가? 이로 보아 사람들은 앞으로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난 사태가 좋아지리라 예상하는 것에 비판적이고 또 비관적이다. 내가 말하는 사태의 호전은 방역 당국에서 방역의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이를 중단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통제식 방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더 이상 강제조치를 따르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를 보면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여전히 확진자가 줄어드는 것을 사태의 호전 내지 해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는 끝도 없다. 바이러스가 완벽히 토착화되기 전까진 크고 작은 감염이 계속될 테니까. 그렇다고 '토착화가 진행 중이니 더욱 방역을 중단해선 안 된다' 주장하는 건 과학을 몰라서 그러는 거다. ('저들'의 과학은 이미 인식이 굳어 교조화 내지 종교화된 지 오래다.)토착화의 길로 들어선 바이러스는 결코 그 확산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이 녀석이 결코 쉽게 잠잠해지진 않겠다'고 생각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한국이 방역 지옥으로 빠지진 않았을 거다. 바이러스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도 통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데, 바이러스는 오죽할까? 어려우면 더 어렵지 결코 쉽지 않다. 이를 인정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다수가 '통제하면 통제될 것'이라 생각했고,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양이다. 국가의 무기한 국민 통제와 (방역 지침 준수 여부를 바탕으로 한) 개인 간의 상호 감시와 신고, 감염과 감염자를 죄악시한 이유로 인한 사회적 불신 팽배,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 지출, 바이러스 감염 이외의 각종 건강 문제 발생(백신 부작용 포함), 감염 치료 우선에 따른 감염병 이외 환자(질병)에의 대처 소홀, 방역으로 인한 경제난 및 사회적 고립도 증가 등,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해 왔음에도 오로지 감염자 수치를 줄이겠단 이유 하나만으로 이 모든 것을 무시한 결과가 정작 바이러스 확산 차단 실패다. 그런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건 진짜 답이 없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한국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려 해도 전력(前歷)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그저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사회적 강제에 순응하여 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지 않으면 버스도 지하철도 못 타고 약국 가서 약도 못 사고 병원 가서 진료도 못 받을 테니까. 다들 마스크 없는 삶을 바란다고는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본인들이 달라진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데 그게 될 리가 있나. 어디 뭐 도서산간벽지에 살지 않는 이상에야 마스크 없는 삶이란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플랜데믹(범지구적 대유행이 계획되었다는 주장)과 같은 입증할 수 없고 허황된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신중하게 봐도 그건 내게 음모론으로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방역을 옹호하는 이들, 바이러스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들은 나를 저들과 똑같이 볼 테니 더 이상 방역의 불합리성을 역설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방역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그냥 이대로 살자고 말하고자 한다. 어차피 다수 논리에 반하여 다른 말 해 봤자 욕만 먹지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바이러스 통제를 위시로 실시한 조치로 인해 각국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상당 부분 훼손됐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방역의 옹호자들은 이를 사안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순순히 용인하고 있으니...이렇게 비상시국임과 함께 국가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개인의 자유를 뒷전으로 둘 거면 그냥 민주주의고 뭐고 아예 싱가포르처럼 권위주의형 선진국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방법인 듯한데, 이렇게 말하면 또 집중 포화를 받겠지? ^^
이젠 포기하고 그냥 살려 한다. 하라는 대로 하는 삶은 딱 질색이지만, 그렇다고 소신껏 살려 하면 각종 제재를 받아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사람의 삶과 평판이 무너지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니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입을 닫을 것이다. 아마 관련된 글이 올라온다면 정부가 방역을 공식 중단하고 고위험군만을 중점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수립한다 발표할 때가 아닐까 싶은데, 그런 기쁘고도 지극히 합당한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것 같다. 정부에서 그럴 리 없으니까.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방역 지속을 부추길 테고, 언론은 받아쓰기밖에 안 할 테니 기대는 없다.
예능 프로그램 중에 <백패커>라고 있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대표를 비롯하여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오대환, 안보현, 가수 딘딘이 팀을 이뤄 단체급식 조리를 주관하는 내용인데, 최근에 미군부대에서 미군 및 카투사를 대상으로 급식을 진행했더라. 방송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선택한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실내에서. 그곳의 구성원들은 맨얼굴로 서로를 대했으며, 호기심과 동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백종원 연구가를 보는 장병들의 표정은 어떤 것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온전히 영상으로 전해졌다. 식탁 위엔 그 흔한 플라스틱 가림막 하나 없었다. 그들은 아무 문제 없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기적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들이 한국에 있는 미국 영토에 있어서 그런 걸까? 그게 문제라면, 그럼 미군을 이 나라에서 추방함으로써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방역을 여전히 옹호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한국만 달라야 하는 건지, 왜 이 사회만 고립되어야 하는 건지를.
나를 포함하여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이 개인 및 사회적 압력과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으로 글을 끝내려 한다. 여태까지 고생 많으셨다. 그리고 앞으로도 고생하시라.
훗날 정부와 WHO에서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선언할 때, 이에 환호하며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겼다.", "방역으로 사태가 해결됐다." 외친다면, 이는 그들이 사태의 본질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식이란 '바이러스가 시간의 흐름에 스스로 그 기세를 꺾었기에 얻어낸(얻어낼) 싱거운 항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