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바다
문득 궁금한 게 많아졌던 날이 있었어.
너는 왜 나를 좋아해?
나의 어떤 점이 좋아?
나는 맨날 투덜거리는데 왜 너는 다 괜찮다고 해?
왜 나한테 맞춰줘?
너는 싫은 게 없어?
온갖 질문들을 쏟아냈던 적이 있었지.
그런데 너는 짜증하나 내지 않고
늘 나한테 대하는 다정한 말투로 모두 답해줬어.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한 그때의 대화가 한참이 지나서 잊힐 때쯤 너에게 물었지.
“그때 내가 질문 폭격 날렸을 때 기억나? 너 막힘없이 다 대답했었잖아- 늘 준비된 사람처럼.
아니 어쩜 사람이 그래? 미안하지만 난 못해“
이 말에 네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네가 쉴 새 없이 질문을 했을 때, 처음엔 대답만 생각하고 말하다가
어? 내가 요즘 표현을 덜 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미안했어.”
심장이 쿵.
뭔가에 맞았다는 표현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어.
이내 멍해졌었어.
쟤가 좋아? 내가 좋아? 하는 질문처럼 어쩌면 장난스럽고 유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질문들인데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 질문이 생각났을까 생각해서 미안함을 느꼈다니....
그때는 더 깊이 생각하면 곧 울 것만 같아서
그냥 오~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 급급했던 기억이야.
너는 참 깊은 사람이고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람이고
작은 꽃과 풀까지도 잘 가꾼 큰 숲을 가진 사람인데
내가 그걸 참 늦게 알았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들고 어쩌면 괴로울 수 있는 건데
너는 그걸 나에게 해줬어.
그건 당연하다고 말하는 너의 말은 내 마음을 절절하게 해.
그 마음이 늘 고맙고 미안해서
고마워.
그냥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 공간에 적어두고 싶었어.
잊지 않을 테지만, 더 오래 기억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