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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5초의 배려

일상생활 감정과 감성의 공유

by 허태훈
화면 캡처 2024-12-11 101517.png


우리집 아파트는 유난히 엘리베이터 운행속도가 느리다. 신축 아파트를 방문하고 나면 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든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아파트 주민들은 특히 출근시간대에 엘리베이터 탑승에 무척 예민한 편이다. 그리고 아파트 근처에 지하철역이 없어 출근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시간과 싸워야 하고 이런 출근길은 그야 말로 매일 아침 미션처럼 느껴진다.


오늘 아침 운이 좋게도 내가 사는 층 바로 위층에 엘리베이터가 대기 중이었다. 기분 좋게 내림 버튼을 누르자마자 위층에서 후다닥 소리가 들리더니 건장한 남성분 한 분이 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마도 그분도 이 엘리베이터를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셨을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날이 많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런데 문이 닫히기 직전 문득 지갑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남은 버스 시간은 단 4분, 엘리베이터를 놓친다면 18분 뒤에야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왜 이런 사소한 걸 미리 챙기지 못했는지 자책하며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엘리베이터에 다가갔을때 놀랍게도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있었다. 함께 타고 있던 남성분이 내가 뭔가를 놓고 온 걸 눈치채셨는지 기다려 주셨다. 마침 옆집 이웃도 나와 함께 탑승하면서 그분의 배려는 단번에 두 명의 출근 시간을 구제해 준 셈이 되었다. 그 짧은 5초의 기다림이 나에게는 출근길의 여유와 함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준 선물이 되었다.


출퇴근길에는 종종 무례한 행동들을 마주하게 된다. 임산부가 앞에 서 있는데도 임산부 좌석에 앉아 핸드폰만 보는 사람, 지하철 빨리 탑승하기 위해 문이 열리자마자 밀치고 들어 오는 사람, 편하게 앉기 위해 빈좌석에 자기 짐을 올려놓는 사람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늘 받은 5초의 배려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특별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비단 짧은 경험이나 위 사례는 직장생활에서도 크게 다를게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무거운 것을 들때 '도와드릴까요?' 라고 건내는 말 한마디, 얼음통이 비었을 때 번거롭더라도 미리 채워 놓기 등 업무와 연관이 없더라도 이런 사소한 배려들이 쌓여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고 구성원 간 신뢰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2024년 8월 SHRM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Civility Index(예의 지수)'를 분석한 결과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하루에 약 12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에 달하는 생산성이 손실된다고 한다. 작은 무례가 이렇게나 큰 비용을 초래한다면 반대로 작은 배려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배려의 가치는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생활에서도 빛을 바랄거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5초의 배려가 나에게는 출퇴근의 여유와 하루의 행복을 선사해줌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E.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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