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무너져 내리던 날, 아이들에게 털어놓기까지

마음이 먼저 낫는 법 - 작고 따뜻한 이름 하나

by 은파


아무 문제없었는데..

갑자기 암이라니.


어제와 다를 것이 없는 오늘인데

그 이름 하나가 모든 생활을 바꿔버렸다.


운동은커녕 발걸음을 내딛는 것도 힘이 들었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얼마나 누워 있었던가.

목소리에 힘이 빠져 서글프게 늘어진다.



나 암 이래.
그 말을 밖으로 내뱉는 순간
삶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한없이 두렵고, 서글프고..

이제 곧 세상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하지.

아이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직 초등학생이니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엄마가 갑자기 힘 없이 늘어져 있는 이유를

알려주긴 해야 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백하고 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죽을 만큼 슬펐지만

무언가 마음의 짐이 내려놓아진 듯했다.

못난 엄마네. 이 짐을 아이들에게 던져주다니..


그렇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그리고 어린이의 순수함 속에 지혜 또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엄마, 우리 그 이름을 바꿔 부르자”
"사실 암이라는 단어 때문에 죽는 거래"




큰 아이 겨우 5학년.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낸 날

우리는 앞으로 이 녀석을 무슨 이름으로

바꿔 부를지 이야기했다.

주제는 무거웠지만 오래간만에 좀 웃을 수 있었다.

참으로 아무 일 없었던 그 순간으로 잠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캔비트? (Cancer canbeat 암을 이겨낸다) 이길 수 있으니까!

캔디? 사랑스럽고 예쁘게 불러볼까?

콜롬비아?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신나잖아. 기분이 좋아지잖아.

우리 가족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무슨 일인지 무섭지가 않았다.

암 따위가 무섭지가 않았다.

처음이었다.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은..


‘모찌’


우리 가족이 부르는 그 녀석의 이름이다.

동글동글 커져가고 있었기에. 이제 밖으로 만져지기에..

무섭지만 불러주는 그 이름만큼은 따뜻하다. 사랑이 넘친다.



“엄마 오늘 모찌 어때? 화났어? 작아졌어?”
“응.. 오늘도 모찌는 잘 있어..”



그 녀석에게 사랑스러운 이름이 생겼다.

그 녀석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그 말이...

따뜻하기까지 하다.




은파의 TIP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답니다.
불안함을 숨기지도, 억지로 강한 것처럼 속이지도 말아요.
엄마는 아프지만 잘 이겨낼 거야.
너희도 힘들어하지 말고 엄마 믿고 응원해 줘.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리고 저희 가족처럼 암이라는 녀석에게 다른 이미지를 부여해 주세요.
그러면 조금 더 편안하게, 덜 슬프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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