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두려워할 수도 있는 게 나인 것 같다
영화 <어바웃 타임>을 봤다. 부정적인 말만 내뱉던 주인공 팀이 같은 하루를 정반대로 보낸 장면이 내겐 가장 깊은 여운을 주었다.
무표정에 내려간 입꼬리. 주름진 미간. 주먹 쥔 손. 바삐 달려가는 구두. 아내를 등지고 침대에 잠들며 마친 하루. 그리곤 내뱉는 한 마디. “아주 고된 하루였어”
’많이 힘든가 보네. 저런 날도 있지 ‘ 생각했다. 안 저래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다시 그 하루를 시작하더니 조금씩 달라진 행동으로 전혀 다른 하루를 만들어냈다.
상사를 놀리는 농담으로 직장 동료를 빵 터지게 한다던가,
바쁘게 달리던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만개한 하늘을 본다던가,
집에 도착해 아내에게 고마워한다던가. 그리곤 다시 내뱉었다.
“오늘 꽤나 멋진 하루였어”
스스로 평소엔 ‘오바 아닌가?’ 싶었던 행동들이었다. 드라마 주인공에게만 어울리지 현실에서 무슨 저런 낭만을 찾나 싶었다. 빨리 가야 하는데 갑자기 멈춰 서서 하늘을 보더니 구름이 정말 멋지지 않냐는 주인공이 속 터졌었다. 오글거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쟁이 치열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 되고,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많이 앞서나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들이 동의해 왔고 나 역시 동의하며 살고 있었다. 저런 여유도 사치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근데 이게 왜 여유지? 여유는 이미 충분히 가진 자들이 쓰고도 남는 건데…. 난……. 가진 게 없는데?
그 사소한 행동들로 주인공은 전혀 다른 하루를 만들어냈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태도가 정말… 말 못 한 큰 힘을 가졌구나 싶었다.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건 여유가 아닌 힘인 것이다. 내 하루를 내가 장식할 수 있는 힘. 그냥…대단한 거 아니다. 나에게 텀을 주자는 개념이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이 당연한 건 아니니까. 먹구름이 가득한 날이어도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 이야기를 쓰고 봐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사실은 아직 낯간지럽다. 그래도 계속해보고 싶다. 울적한 것보단 나에게 매일 화사한 날들을 선물하고 싶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내년에는 더 자주 웃자던 과거의 나와의 약속도 잊지 않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니 동시에 다른 걱정이 밀려왔다. (그래서 뇌를 잠시 꺼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면 감사한 게 너무 많은데 내가 여기 안주한 나머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진짜…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이 또 있을까? 사실 이 뒷문장은 생각해두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봤던 것들에 내 손가락이 저절로 어리석다고 쓰고 있다. 당황스럽다. 마치 4등급 학생이 이거 다 풀고도 1등급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모습 같다. 그럼 더 풀어야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을 둘러보고 감상하는 건 전혀 나쁜 게 아닌데 대체 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일까?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 감사한다는 건 스스로 주는 연료와도 같으니까. 한껏 움츠려 있던 어깨에 안마를 해준다고 생각하자. 그래야 또 움츠러들 공간이 생기니까. 어차피 또 며칠 안 지나서 까먹고 지하철 내리자마자 바삐 걸어갈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난 완벽하지 않아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뇌에 각인시켜야 입력값이 나오는 사람이다. 안 되면 여러 번 해야지 뭐… 별 수 있나.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