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나로 조금씩 변하기를 바라며
발등에 불 떨어지면 원래부터 발등 없던 사람인 것처럼 회피하고 살았는데 변하는 중인 것 같다. 불부터 관찰하며 하나씩 마주하려는 사람으로
최근 7일 동안 고된 나날들을 보냈다. 갑작스런 구토, 떨어진 컨디션에 덮친 강한 감기몸살(주말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주사 맞고 잠만 잤었다), 그 외 여러 가지로 나를 피곤하게 만든 사소한 일상들. 고요하게 슬며시 밀려들어와 언제 물이 내 숨턱 밑까지 차올랐는지도 모른 물살 아니 몸살이었다. 좀 나아진 이후 글로 피곤한 머릿속을 풀어가는데
‘루틴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얼마나 강력했길래 키보드까지 자연스레 꺼내게 만든 걸까? 교양 수업에서 배운 대로 논리를 써 내려가고자 한다. 내가 아프고 힘든 와중에도 무의식으로 지켰던 것들이 있다. 집에 오자마자 씻기, 풀메하고 학교 가기, 친구들이랑 연락 자주 하기, 방 정리 틈나는 대로 하기가 있었다. 그 덕분에 너무나도 아팠지만 산뜻하게 침대에 누울 수 있었고, 학교 가는 맛이 나게 했고,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해 주며, 나만의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무의식들은 상황에 따라 내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와의 번개 약속은 큰 에너지를, 깨끗한 방은 방문을 여는 동시에 가져다주는 아늑함을 선물해 줬다. 학교 갈 때 풀메는 내 나름의 학교에 대한 애정이었는데 매 끼니마다 먹던 7개의 감기약들은 이것보다 셌다. (교수님 죄송해요. 일부러 잔 건 아니었습니다) 동시에 그 행동들은 시작하기엔 쉽지만 오래 지속하는 건 또 다른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반대로 물을 자주 안 마셔서, 과식이 잦아서, 내 컨디션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서 더 금방 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하루면 몰라도 며칠 이상 지속되면 나에게 ‘나쁜 루틴‘이 된다.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이든 지속성의 강도에 따라 건강한 루틴 혹은 나쁜 루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행동들은 늘어난 약봉투라는 나쁜 결과만을 주었다.
이제는 쓴 약보다 아픈 게 더 싫다. 그래서 나쁜 루틴에서 건강한 루틴을 찾아내고자 했다.
예를 들자면, 음식이 눈앞에 보이면 내 컨디션을 고려하지도 않고 입에 넣고 보는 과식 습관에서 음식을 물로 바꿔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하루에 권장량 2리터(대체 누가 정한 거니)를 먹으려면 눈앞에 두고 수시로 마셔줘야 한다.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의식(과식)을 바꾸려면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물 마시는 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걸 브런치에 옮기면 머리로 생각하면서 손으로 쓰고 눈으로 읽고 손으로 다시 수정하고…. 여러 번 각인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바라는 나는 일단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젠 과식하면 체해서 컨디션이 며칠 내내 안 좋고, 감기도 일주일 넘게 앓는 나를 보면서 건강의 적신호를 강하게 느꼈다. 무엇보다 놓쳐버린 내 시간들이 아까웠다. 힘들게 얻은 대학생활인데 내가 나한테 뺏긴 기분에 화도 나고 슬펐다. 건강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깨달으니 바쁜 일상 속 작은 것들만 챙겨도 내 체력을 지금보다 보완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뒤돌아보면 보이는 놓친 것들이 모두 사소한 것들이었으니까. 모두가 알지만 귀찮아서, 말이 쉬워서 하지 않는 것들. 물 자주 마시기, 과식하지 않기, 작은 운동이라도 하기, 내 몸에서 보내는 신호 무시하지 않기.. 등등.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래서 소수의 몇몇만 보지만 글을 쓸수록 이 공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TMI지만 성장형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서 이 글 자체가 나의 콘텐츠고 나의 성장일기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선 과거의 내가 필요하고 그랬던 나를 돌아볼 현재의 내가 필요했다. 루틴 개념을 꺼내는 데에는 연초에 읽었던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얘기도 나중에 더 풀어봐야지. 아파도 보고, 간략하게 요약하고 쉽게 이해시키고 싶어서 글도 여러 번 써보고. 글을 다시 주욱 읽어보니 건강한 루틴은 나로 둘러싼 울타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을 수도 내가 부술 수도 있다. 그 말은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거다. 틀려도 된다. 아무도 뭐라 안 한다. 괜찮다. 시행착오 겪는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일의 건강한 하루를 위해 이만 줄여야겠다. 새벽 1시에 앉았는데 벌써 4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