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커피의 역사(3):네스카페
< 시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
'네슬레'라는 스위스 기업의 커피 브랜드를 들어본 적 있는가?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들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테지만
아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일 것이다.
'네슬레'라는 기업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886년에 설립되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메이저 커피 기업으로 거듭나 2022년 현재까지도 세계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손꼽히는 커피계의 거물 기업이다.
네슬레가 188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기업과 관련된 역사적인 스토리가 많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어 지루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알아볼 것은 '네슬레'가 2차 대전을 통해 어떻게 메이저 기업이 됐으며, 인스턴트커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왜 항상 '네슬레'가 항상 거론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만 알아볼 것이기 때문에
생각만큼 이야기가 루즈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럼 전 세계 경제시장을 무너뜨리며 혼란에 빠뜨린 1929년 미국발 대공황 시기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 원두가 너무 많아 >
1929년 당시에도 거대 커피 수출국이었던 브라질은 하필 대공황 시기에 커피 농사가 풍년이어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싼값에라도 팔면 되는 거 아니야?'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전 세계는 말 그대로 '대공황'에 상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거나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에 사치품인 커피의 수요가 급감하여
생두를 수입하는 국가가 거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브라질은 생두를 수출하여 제 값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수출이나 할 수 있다면 다행히 일이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고안해낼 수 있는 방법 중 남은 것은 단 하나, 원두를 전량 폐기하는 것인데
커피의 나라 브라질에게 생두를 사용하지도 않고 전량 폐기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 었기에 생두를 폐기하지 않는 어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였고
고심 끝에 브라질의 커피연구소 측에서는 한 가지 해결책을 떠올리게 된다.
해결책은 바로 '네슬레'에게 생두를 거의 공짜로 공급하는 대가로 새로운 가루형태의 가용성 커피 개발
즉, 인스턴트커피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커피 연구소의 제안을 수락하여
곧바로 '네슬레'에게 제안하였고 네슬레는 브라질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게 된다.
너무 쉽게 수락한 거 아닌가라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당시 네슬레는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아 사업 분야를 바꾸거나 새로운 커피 제품을 선보이는 등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했는데 마침 브라질에서 커피의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원두를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먼저 자처하니 이렇게 좋은 제안을 네슬레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네슬레의 신제품 개발이 성공하게 되면 브라질은 안정적으로 원두를 납품할 곳이 생겨 좋고
네슬레는 브라질로부터 거의 값을 지불하지 않고 원두를 공급받아 신제품 개발에 사용되는 연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좋은 것이고 설령 신제품 개발에 실패한다 해도
브라질은 '어차피 버릴 생두 신제품 개발에 투자라도 했으니 됐지'
네슬레는 '어차피 신제품 개발에 투자비용을 쏟았어야 할 거 그래도 싼값에 투자해봤으니까 됐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기에 어느 누구도 리스크를 짊어져야 할 의무 또한 없어 이보다 더욱 좋은 해결방안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서로의 이해관계가 합치된 것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말이다.
<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
그렇게 '네슬레'는 브라질의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으로부터
무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제품 개발에 힘쓴 끝에 '네스카페'라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네스카페'는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가루형태의 커피, 즉 인스턴트커피로 겉보기에는
이전에 출시되었던 가루형태의 커피와 큰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그럼 8년이라는 시간은 헛된 것인가? 당연 그렇지 않다.
'네스카페'는 이전의 가용성 커피(사전적 정의는 다르지만 대게는 인스턴트커피를 칭함)에서
원료로 사용된 우유들보다 당도가 높은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였기에 커피의 보존성(유통기한)이 더 용이했으며, 동시에 맛의 퀄리티까지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였다. 또한 원료의 비율 중 탄수화물의 비율을 좀 더 높여
커피의 향이 더욱 오래 보존되도록 만들었기에 이제 인스턴트커피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커피의 맛과 향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들의 제품에 녹여낸 그런 퀄리티 높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네슬레' 뒷 광고 아니다.)
그렇게 훌륭한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네슬레'는 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등 신제품 출시 직전
단계로 넘어갔다. 그렇게 여러 점검을 통해 시장에 내놓은 준비를 하고 있던 중
1939년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한다.
< 2차 대전이 가져다준 선물 >
'네슬레'는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커피를 보급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네스카페'의 출시를 앞당기게 되었다. 신제품의 생산일이 예상한 시점보다 빠르고
급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지만 신제품을 보급받는 대상은 어느 누구보다도 커피에 진심인
미군들이었으니 신제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엄격한 평을 들을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기에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결과는 어땠냐고? 다행히도 대성공이었다.
그렇게 보급할 가치를 인정받은 '네스카페'는 1943년 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연간 백만 건이나
생산되어 세계 각지에 있는 미군들을 상대로 보급되었으며
1938년 연 매출 1억 달러 원대에서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
1945년 매출 2억 2천5백만 달러로 무려 2배 이상 상승한 것을 보여주었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전쟁 기간 동안의 일시적인 스포트라이트가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기에
좀 더 덧붙여 설명하자면 1950년부터 1959년까지 인스턴트커피의 판매량은 거의 세배가 되었고,
1960년부터 1974년까지 판매량은 네 배가 되었으니 전쟁으로 인한 스포트라이트 없이도
건재한 기업인 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 신제품도 한몫했지만 >
이렇게 '네슬레'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메이저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에는
'네스카페'의 퀄리티가 좋았던 것도 물론 크게 한몫했지만 그보다 더 큰 공을 기여한 요소가 있다.
그건 바로 여러 대륙들 간에 촘촘한 그물처럼 잘 짜여 있는 유통망이었다.
당시 '네슬레'의 유통망이 어느 정도로 잘 짜여 있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럽 각국과 미국 등 주요 지역에 생산 공장이 세워져 있었음은 물론
여러 개발도상국과 라틴아메리카에 추가로 공장을 세워 아시아와 유럽 간의 원활한 커피 공급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기에 2차 대전 기간 동안 빠르게 그리고 많은 공급이 가능하게 했기에
그들이 메이저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 현재 진행형 >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네슬레'는 2022년 현재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메이저 커피 기업이다.
2022년 2월 발표된 인스턴트커피 판매량 Top 10의 제품 중
네슬레의 제품은 무려 3개나 포함되어 있었으니 아직도 건실한 기업인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