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가 시작

다짐

by 리다

어릴 때, 나는 많이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늘 비슷한 말을 했다.
나이에 비해 말이 어른스럽다,
어떻게 그렇게 살았냐,
대견하다는 말들.
스무 살 초반의 나는
그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니까,
힘들게 자란 사람이니까.
어쩌면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대견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직장 사장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어릴 때 힘들었던 이야기,
대견하긴 하지만
누군가는 그걸 약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그래서 쉽게 대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다고.
대신
지금처럼 밝게 웃고, 씩씩하게 살면
그런 대접은 받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내 어린 시절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실제로도
무시당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웃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나는 내 과거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게 되었다.
부모님의 좋은 모습만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나를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처럼 대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대우받기 시작하자
나도 점점 당당해졌다.
오늘에서야 나는 생각한다.
그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내가,
사실은
눈물도 많고
여리고
참 많이 약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까지 웃으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버티는 힘을 배운 건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그동안은
그저 견디며 살아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배우고,
이해하고,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라고.
나는 이미
잘 버텨냈고,
잘 살아왔다.
이제는
조금 더 속도를 내도 될 것 같다.
나는
이제부터
내 삶을 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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