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그 찬란한 순간들

김원근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며

by 김경진

도슨트: 화양연화, 그 꽃다운 시절이 언제였을까요?

작가 : 저는 아직 화양연화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화양연화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에는 무수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더 많이 알려져서 작품이 전 세계에 뻗어나가게 되면 그때가 화양연화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포부도 함께 들어있다. 아직 오지 않아서 열심히 살고, 올 것에 대한 기대감의 목마름이 반영되어있기도 하다. 자신의 화양연화의 시절을 생각해 보며 지금의 삶의 모습에 생각을 던지는 전시, 바로 조각가 김원근의 <화양연화, 그 찬란했던 순간들>을 기획했다. '화양연화', '청춘연가', '곰 남이 순정' '호복이', '굿샷맨' 등은 그가 이번 전시에 추리고 추려 내놓은 캐릭터들이다. 늘 사랑에 목마른 자신의 모습이 작품 속에 빚어냈고 진심을 담았다. 작품 캡션에는 그가 남긴 한 줄 독백에 사랑의 목마름과 고독이 묻어있다. 사랑에 대한 갈증은 작가로서의 더 높은 목표이기도 하고 , 고독과 외로움의 여정을 밟고 있는 지금의 처절한 몸부림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청춘연가 /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화양연화 / 바다도 데이트를 나갔다. 봄바다는 그냥 여기서 함께 살고 싶게 했다

마치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사랑을 갈구하며 혼자만의 독백을 이어간다.


봄바다 / 봄바다 옥색빛은 그녀의 웃음이었다.

짝사남 / 외로운 청춘은 꿈결처럼 흘러만 간다.


사랑을 받고 싶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넘어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이들의 독백이 대변해 주는 듯하다. 백화점우수고객시설에 온 관람객들은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지고 작품이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며 관람 내내 즐거워했다. 조각이라는 예술영역은 회화보다 익숙하고 편한 소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빚어내고 바르고 구워내고 칠하기를 80번 남짓. 1250도 가마에서 나온 친구들이 터지거나 갈라지면 "처음부터 다시"라고 했다. 그의 손에서 공들여 빚어 나오는 예술혼이 비로소 관람객 앞에 빛을 발한다. 나는 기획자로서 캔버스 위에 예술미와 다른 조형미로도 우리가 얼마나 촉촉해지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조각이 매력 있는 것은 360도 돌려도 곳곳이 재미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보고 싶은 15도 각도의 모습이 오늘의 내 기분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고, 어느 날은 작품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위로받을 수도 있다.

도슨트 시간에는 작가의 작품세계와 활동을 소개하고 , 작가와의 Talk&Talk 시간에는 <우연일까, 필연일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어떤 특정인을 대상으로 캐릭터를 만든게 아닌데 팬이나 콜렉터들이 자신과 매우 닮았다며 보내온 사진들을 담았다. 자유로운 대화와 오고 가는 질문에 화기애애함을 더했다. 작가의 관객과의 소통이 고독과 외로움을 채워가는 듯 그 시간만의 화양연화를 이뤄가는 듯했다. 마지막에는 작가의 독특한 드로잉방식으로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어색한 듯 작가와 마주 앉은 관람객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운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작가는 관람객이 경직이 되지 않도록 말을 건네며 얼굴의 형체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길지 몰라도 2분이면 자신의 모습이 짠하고 나타났다. 그때 관람객들은 환하게 웃었다. 그 웃는 찰나가 화양연화다. 어느 70대 고객님께서는 연신 눈물을 보이셨다. 그동안의 세월은 살기 바빠 예술이 뭔지도 몰랐는데 처음으로 작가를 만나고, 작가에게 자신의 얼굴드로잉을 선물을 받는 것이 감격스럽다면서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을 보이셨다. 보는 우리도 다 함께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동과 감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예술이 가지는 힘은 엄청나다. 마음이라는 조용한 강에 던져진 돌 하나가 일으킨 파동이 강 전체를 일렁이듯, 우리의 마음에 던져진 갈고 닦인 둥그런 예술이라는 조약돌 하나가 하루를 여운으로 일렁이게 만든다. 전시장에는 몇 번이고 둘러보아도 즐겁고 잔잔한 감동으로 발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제작과정이나 재료를 묻는 질문부터 작가의 생각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관람객까지 궁금함은 관심과 같은 말이 된다.



나는 몇 년전에 한 아트페어에서 도슨트를 했다. 어느 중년의 작가가 그린 작품인데. 가을로 물든 시골길을 자전거 타는 연인이 달려가는 장면의 제목이 <화양연화>다. 작가는 60대를 지나고 보니 지나온 모든 세월이 화양연화인 것을 60대가 돼서야 깨달았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50대 작가는 나에게 아직 화양연화가 오지 않았다 했고, 60대 작가는 지나고 보니 온 길이 모두 화양연화였다고 했다. 아직 나에게는 두 말씀 다 와닿지 않는다. 하루 하루는 감사한데, 워킹맘으로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순간마다 화양연화는 먼 이야기인데 말이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나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어떤 의미로 정의 내릴까


홀인원이 있던 날, 업무의 성과가 크게 나온 날, 연애를 시작하게 된 날, 결혼하게 된 날... 이 모든 날들이 좋은 기억이라면 그 때가 꽃다웠던 순간이 아닌가? 전시를 보러 오신 분들이 그 순간 설레었다면 날이 화양연화였을 거라고.


다시 내게 묻는다.

넌 화양연화가 언제냐?

나는 그들이 환하게 웃을 때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다. 찬란함은 물질적 배고픔이 채워지거나 유명해져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건투를 빈다#문화예술공감기획#기획자김경진#김원근작가#화양연화#새로운 전시기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