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에 마음이 가는지 묻는다면?

by 김경진


안녕, 모란


코로나가 성행하여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끼고 다닐 21년 7월의 어느 날 경복궁으로 향했었다. 경복궁안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녕, 모란>이라는 특별전이 열었다. 모란을 통해 조선 왕실의 문화를 보여주는 이색적이고 감각적인 전시였다. 궁중에서 쓰인 병풍이나, 왕실 혼례복, 가구와 그릇에 모란 문양이 담긴 유물들이 전시 되었는데 색감이 매우 화려했고, 공간마다 재미있는 보고, 듣고, 느끼는 기획요소들이 신선했었다. 창덕궁 낙선재에서 실제 심어진 모란 향기를 채취해서 전시장에 띄웠다고 했는데 사실 실제 모란의 향이라기 보다는 모란이라는 존재가 주는 아름다움을 감성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기획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부귀와 영화의 상징이었던 모란이 왕실 속 문화 요소로써 매우 중요하게 자리한 소재였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모란과 작약

모란과 작약, 왜 둘은 붙어있나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푸른 수목원은 내가 자주 가는 곳이다. 가족모임이면 이곳에 꼭 들러 산책을 한다. 수목원 오솔길을 걷다 만난 둥글고 넓적한 잎에 큰 빨간 꽃잎이 단연 눈에 띄었다. 그 옆에는 작약이 있다. 둘이 한꺼번에 핀 적을 나는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보았다! 이 둘이 겹치는 시기는 정말 짧고 섬세한 찰나라던데 안타깝게도 사진이 내게 없다! 이 둘의 만남이 계절의 경계에서 두 손을 맞잡은 듯하다.

모란는 나무고 작약은 풀이다. 꽃만보면 구별이 어렵지만 꽃봉오리의 모양과 꽃잎이 겹친 정도도 다르다. 헌데 모란은 향기가 나지 않고 작약은 향기가 난다. 사람들은 꽃이 크고 아름다워 눈에 띄니까 향기도 진할 거라 생각하지만 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약과 차이가 확연하다. 반면 작약이 훨씬 향이 짙고 달콤하다. 이 두꽃은 정원이나 화단에 이 두 꽃을 함께 심는 경우가 많은데 보는 재미와 맡는 재미가 풍성해서 일까 ? 모란의 화려함을 보고, 작약의 향기를 맡으라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끊김없이 즐길 수 있는 구성요소로 디자인된 것이 아닐까 ?

모란은 나무라 겨울에도 줄기가 남아있고, 작약은 겨울에 줄기와 잎이 말라서 사라진다. 겨우내 에너지를 저장하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을 틔워 꽃을 준비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모란과 작약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강한 생명력에 화려한 아름다움, 행운과 풍요로움의 상징하니 왕실정원에 이 둘을 함께 심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모란과 작약 , 어느 쪽에 마음이 가는지 묻는다면?

모란이 왕실의 모든 디자인소재에 쓰였을 정도로 부귀와 영황의 상징성이 강하고 기품있고 화려하다. 그 색이 워낙 강렬해서 겉모습부터가 존재감이 확실하다.

작약은 서양에서 수줍음,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꽃말이라는데 겹겹이 감춰진 꽃잎이 마치 마음을 숨기는 듯한 모습이지만 꽃을 피기 시작하면 매우 크게 모든 꽃잎을 피워낸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부끄러움이 많지만 결국은 자신을 누구보다 당당하고 멋있게 드러내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한다. 흙속에서 조용히 뿌리내리는 의지가 곧 꿋꿋함이 되어 다시나는 그 엄청난 힘을 나는 안다. 모란처럼 화려하거나 화사하지 않아도, 작약처럼 수줍지만 단단하게 오랜 향기를 갖는 이가 되고 싶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을 물들이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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