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진영 Oct 24. 2023

지금껏 살면서 가장 치열하게 했던 고민

내가 청춘을 아직 지내고있다는 것

23년 여름방학.


방학을 들어가며 철학과 교수님께서 던져주신 물음이었다.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고민을 품고 살아가기에 언뜻 쉬워 보였으나 생각보다 한페이지의 내 생각을 담아내는 데에는 일주일의 생각정리가 필요했다.


살면서 해왔던 몇 가지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 고민들이 과연 지금까지의 고민들 중 가장 치열했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당시상황에서는 그 시점의 고민이 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테지만, 돌아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민들의 결과가 지금 현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치열했던” 이라는 가정상황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얻어 보고 싶어서 부모님께 이 주제를 던져보았다. 나는 아직 25세의 비교적 많지 않은 경험을 가졌기에 부모님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접근 하실 지가 궁금했다. 나의 질문이 트리거가 되어서 엄마아빠의 지금까지의 고민 사를 듣다가 그중 가장 치열했던 고민을 찾아가시면서 “그때보다는 행복한 고민이다.”라는 말을 하셨고, 이게 부모님이 이 문제의 답을 찾은 관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기억에 남는 고민들은 보통 고관여 상황에서 많이 생긴다. 어떤 고민의 결과가 얼마만큼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그 불투명한 미래 중에서도 얼만큼 긴 미래인지 시간성에 종속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이 영향력이 클수록 그 고민의 치열함은 비례하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가 해왔던 고민 중 기억에 남는 것? 대부분의 한국 청년이면 겪었을 대학진학에 대한 고민을 나도 역시 했고, 군대 지원도 역시 비슷하다. 당시 나는 ROTC와 현역병입대를 고민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어느 다른 고민보다 가장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고민의 결과는 단편적으로 보면 19개월에서 길어야 28개월만큼의 영향력을 가졌기에 지금 돌아보면 어느 부대 전역자 라는 상징적 소속 이외에는 현재의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부모님과 대화에서 얻은 관점을 통해 내 고민들을 다시 돌아봐도 “그때보다는 행복한 고민”을 조금 바꾸어 “그때 보다는 낫다” 는 느낌에서 돌아봤을 때, 그래도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가장 치열하게 느껴진다. 단지 시간성에 따라 지금 이고민도 나중에 돌아봤을 때 또 별것 아닌 고민처럼 남기지 않기 위해 몇 가지 핑계 같은 근거를 들자면,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해서 사회로 나갈 것인지 대학원 진학으로 학위를 더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은 우선, 25년간 지니고 있던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떼는 것부터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미래에 영향력을 가지는 고민인지가 매우 불투명하기에 충분히 여태껏 경험한 고민들과 견주어 마땅히 고관여 상황이다.


지금은 고민의 방향을 대학원 진학으로 기울여 본 전공 환경학과에서 어떤 세부전공으로 어느 학교로, 그리고 국내의 학교 또는 해외의 학교로 갈지 이를 선택 하는 데 있어서 정말 오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이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토론해본 적은 처음이라 분명 30대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분명히 기억에 남고 오랫동안 회자될 고민이 될 거라고 느껴진다. 지금으로서 나는 이 질문에 현재라고 답하지만, 엄마아빠는 현재의 고민보다도 더 치열했던 순간을 짚어내는 것처럼 나도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고민을 마주하면, 당연히 지금 이 고민의 치열함이 순위에서 밀릴 수 있을것이다.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잘 살고 있다는 명분이 될 수 있지만, “장고 끝에 악수 둔다.” 는 말처럼 언제나 현명함과 탁월함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며 되새긴다. 아직 20대를 손에쥔 채 좋은 커리어를 더 욕심내지 않고 과감하게 내려놓으며 발리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난 누나에게도 나는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누나도 그 가장 치열한 고민 지금 현재 하고있는 것 같다며 말하는데, 어쩌면 어느 한 순간을 짚어내지 못하고 매 순간 현재의 고민이 아직 가장 치열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아직 청춘을 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