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

by 김승하

비 멎은 뒤

아스팔트 패인 곳에 고인 물


하늘이 잠기고

뒤늦게 따라온 구름 내려앉는다


새의 날개 스쳐 갈 때

흔들리는 수면


얼굴이 가려진 채

뒤집힌 나무의 뿌리


그늘에 내려앉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배수구로 흐르지 못한 소리

바닥에 눌어붙은


수면에 비친 나뭇가지,

흔들릴 때마다

바람에 물결 번져가는 파문


가라앉은 작은 돌멩이

바닥의 모래알을 가리고 있다


구름의 조각들

넘치지 않을 만큼 고여

햇살에 말라간다


시작 노트 / 「웅덩이」


웅덩이5.png

비가 그친 뒤 길 위에 고인 웅덩이를 오래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아스팔트가 패인 자리, 잠깐 고인 물 속에는 하늘과 구름이 내려앉고 나무와 새가 스쳐 지나갑니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물웅덩이가 잠시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나는 문득 이번 생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깊은 강이나 바다가 아니라, 길 위에 잠깐 고였다가 햇살에 말라 사라지는 작은 웅덩이 같은 시간 말입니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을 담고, 구름을 지나가게 하고, 누군가의 그림자를 비추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조용히 말라 사라집니다.


이 시는 그런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길 위의 웅덩이를 바라보다가, 그 안에 잠깐 담겼다가 사라지는 우리의 시간을 떠올리며 쓴 시입니다. 2026.03.18. 김승하, 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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