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ORiUNenPykI?si=7pRS6TxI8sgTQOzn


무를 썬다


나무 도마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금속

허기를 잘라내는 마침표


달궈진 팬 위, 끓어오르는 기름


하얀 김, 비린내를 뿜으며

오그라든 채 익어가는


베인 살점에 숨어

입천장을 노리는 뼈의 문장


비늘을 긁어내고 소금을 뿌린다

멍울 밴 생선 가시를 도려내는 칼끝


뼈가 녹을 때까지 고아낸

뜨거운 국물


앞치마에 튄 검은 얼룩


숫돌에 갈린

칼날에 남은 쇠비린내


시작 노트 / 식도(食刀)

이 시는 단순한 조리 장면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칼은 재료를 다루는 도구이지만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남겨진 것을 골라내는 도구로 작동합니다.


비늘을 긁어내고,

가시를 도려내는 반복 속에서

씻겨 나가는 것과 끝내 남는 것들.


입천장을 노리는 가시처럼,

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걸러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이 시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상처와 흔적, 그리고 제거되지 못한 것을

시로 옮긴 것입니다.


칼은 입천장을 노리는,

가시를 골라내는 펜입니다

2026.03.28.김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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