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2

by 김승하


사는 것은

옷 한 벌 짓는 일


바늘귀에

더듬더듬 실을 꿰어


바늘이 지나간 자리마다

구멍을 메우고


한 땀 한 땀

풀리지 않게 묶어 두는


단단한 매듭 하나

속에 숨기고


울퉁불퉁한 시접 선

돌아갈 곳 없는 길 더듬어


자신이 입은 옷에

누더기를 깁는 일


시작노트: 몸 2


몸5.png

저는 삶을 ‘옷 한 벌 짓는 일’로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늘귀에 실을 꿰듯 더듬거리며 시작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생기는 수많은 상처와 틈은

바늘이 지나간 자리처럼 작은 구멍을 남깁니다.

그 구멍을 다시 메우고, 풀리지 않도록 묶어 두는 과정이

곧 살아가는 일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속에 숨겨진 단단한 매듭 하나처럼

사람마다 버티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힘이 없다면 우리는 쉽게 풀려버릴지도 모릅니다.

시 속의 ‘돌아갈 곳 없는 길’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분명하지 않은

우리 삶의 자리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울퉁불퉁한 시접선을 더듬듯

서툴게 이어 붙이며 살아갑니다.

결국 이 시는

새 옷을 짓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입고 있는 옷을 고쳐 입는 이야기입니다.

완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흩어지지 않기 위해

조금씩 자신을 꿰매며 살아가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2026.03.17. 김승하/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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