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낭송 동영상
https://youtube.com/shorts/cjCnHhAymJE?si=oamOwX8hDMz8pXVg
내가 사는 삼성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는
왼족에 황금복덕방,
오른쪽에는 중국집 만리향에서 붙여놓은
두 개의 거울이 마주하고 있다
술에 취해 귀가하면서
그 사이를 슬쩍 빗겨 본 순간
사내 하나 갇혀, 겹치는 실루엣
복덕방 쪽 사내와 중국집 쪽 사내가
서로 등지고 있다
중국집 사내와 다음 복덕방 사내가
마주 보고 있다
마주 보던 사내들 다시 등을 돌리고
등진 사내들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마주 보고 있다
얼굴과 등이 그림자처럼 포개지고
앞모습과 뒷모습이 섞이고
먼저 온 발소리가
나중에 온 사내를 앞지르고
멀어질수록 초점 없는 눈빛의 사내들
푸른 얼굴색으로 사라진다
복덕방 쪽 사내와 중국집 쪽 사내는
몇 번째 거울의 모습인지 흐릿하다
어느 쪽이 마지막인지 알 수 없는
두개의 거울 사이,
서로 닮은 사내들
이 시는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마주 선 두 개의 거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황금복덕방과 만리향 사이, 그 거울들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분명 한 사람인데,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사내들이 겹쳐 보입니다. 앞과 뒤가 뒤섞이고, 먼저와 나중이 어긋납니다.
하나의 존재가 여러 개로 나뉘어 보입니다. 타인은 또 다른 나일지도 모릅니다.
거울 속 사내들은 서로를 바라보거나 등을 돌리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나’와 ‘타인’, ‘앞’과 ‘뒤’, ‘먼저’와 ‘나중’이라는 구분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잠시 나뉘어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2026.04.05. 김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