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밤하늘의 별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

타협인가, 성숙인가

by 선옥

새벽부터 일어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운이 좋아, 제 분수보다 많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잠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일이 많다는 사실에 불평하거나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 벽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보면, 현실의 제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머니,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은 너무나 높고,
그 높이에 닿기에는 현실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 이상을 좇는 일이 때로는 너무 벅차고,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로운 날들도 많습니다.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동경하기보다는, 내 주변의 꽃밭에 누워 그것을 만끽하리라.”

이 구절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내 곁에 있는 것들을 미처 보지 못했을까_라는 반성도 있었고,
동시에, 별에 닿아 보기도 전에 지금의 위치에 만족해야만 하는 걸까,
그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위로는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성숙함일까요?
아니면 단지, 도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와 타협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여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
그것이 제게는 참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결국엔 돈이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를 가장 괴롭게 만든 것은
그들을 부러워하는 제 마음이 아니라,
그들이 있는 자리에 닿을 수 없다는
제 자신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가기 위해 더 나아가지 못하는 제 모습,
시간 속에서 더 성장하지 못한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를 더 혹독하게 몰아붙였습니다.
몸은 이미 지쳐 있었지만,
‘이 정도 일로 힘들어하는 건 나약한 거야’
라고 다그치곤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이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다
시간을 흘려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스스로를 자책하며
반복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정말 내가 이뤄낸 게 있긴 한 걸까?’
하는 허무함이 밀려오고,
그런 생각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들어가 있는 온라인 마케팅 모임에서
‘운동, 독서, 새벽기상’ 중 하나를 선택해
주 5회 인증하는 습관 만들기 챌린지를 시작했더라고요.

새벽 수업 때문이긴 하지만,
저는 수업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매일같이 책을 읽고,
수업을 마친 뒤에는 개인 운동을 하고,
다시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미 세 가지를 모두 실천하고 있었던 거예요.

누군가 보기엔,
저도 참 부지런하고 멋진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지나온 시절을 떠올리면
참으로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사랑과 믿음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제게 늘 ‘대기만성’이라며
훗날 아주 큰 그릇이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죠.
그 말씀이 제 어린 시절의
가장 선명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또다시 우울감과 자괴감에 빠져
움츠러드는 날이 오더라도,
그때 어머니의 그 말을 기억하며
저 자신을 조금은 더 높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못난 저이지만,
이런 제 모습에 집착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저 자신을 더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그런 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평화를 빕니다(平和를 祈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