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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면 뭐라도 되겠죠 뭐

일기는 외장하드

by 선옥

새벽 4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매일 새벽 6시 수영 수업에 가야 하기에 늘 이른 시간에 일어나지만, 조금이라도 하루를 더 길게 써보고 싶어 4시에 눈을 뜬다.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한다. 수업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독서와 공부까지 병행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잠자리에 들 무렵, 침대에 누울 시간이 되면 하루 동안 이루지 못한 것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후회와 허무함이 밀려온다.


왜 나는 삶의 변화가 없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 없이 항상 쫓기듯 살아가는 걸까. 과연 나에게 ‘더 나은 삶’을 향한 길이란 존재하는 걸까. 막연히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내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수많은 ‘성공팔이’들이 “너도 부자가 될 수 있어”, “성공은 마인드에 달렸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 소리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해야만 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사이에서 밀려오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붙잡고 회피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내 현실을 마주하면 그 회피의 시간이 배로 후회와 회의감을 몰고 온다.


쉽고 빠른 길을 바라는 건 아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인생의 한탕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한 걸음. 그저 한 걸음씩 더 성장하고 싶을 뿐인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하는 걸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이 행복과 평안을 주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나는 그토록 바라던 자유를 손에 넣었음에도, 날아갈 듯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갖지 못한 것들’을 바라게 되었고, 갖지 못해 괴로워했다. 이렇듯 삶의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SNS 속 타인의 인생을 바라보고 있자면 나만 뒤처지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타인의 성공이나 행복이 시기되기보단, 그렇게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 그저 한심하게 느껴지고 내가 하는 일을 금방이라도 포기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 말만큼 인생을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지금 나는 너무 가까이서만 내 인생을 바라보고 있기에 진짜 나의 인생을 보지 못하고 내 인생을 비극이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통틀어 내 인생 전체를 멀리서 바라본다면 지금의 나는 그저, 지나가는 한 장면일 뿐.


하지만 여전히 나는 현재에 갇혀, 그 전체를 보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나는 누구인가.'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표이기에 끊임없이 던지고 또 알아가야만 하는 것이지만, 나는 지금 눈앞에 몰두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북의 연재를 통해 내 과거를 돌이켜 보기도 하지만, 내면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듯 소란스럽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과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내게서 정답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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