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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을 지키기 위해서 지인도 만나지 말아야지.

그만 몰아세우기

by 선옥

지난 토요일, 지인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늦은 밤까지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평소 잠드는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늦게 일어난 탓에 아침부터 계획한 일들을 하지 못한 채, 일요일 하루를 허무하게 보냈다는 우울감이 밀려왔다. 해야 할 일들은 쌓여 있었지만 ‘내일은 다시 새벽에 기상해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야지’ 다짐하며 잠을 청했다.


월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새벽 기상은커녕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평소 같으면 웨이트와 러닝을 끝내고 글까지 썼을 시간. 아침부터 실패했다는 감정이 들었다.


늦게 일어난 만큼 곧장 침대를 박차고 나와야 했지만, 오히려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졌다. 감기가 심해져 몸도 무거웠다. 그나마 월요일 오후 수업들이 취소되어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월요일 하루를 온전히 내게 쓸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은 남은 시간 전부를 내게 쓸 수 있으니 집에서 밀린 일들을 하자.’ 이렇게 다짐했지만,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침대에 누워 해야 할 일들을 미루기만 했다.


“이럴 때가 아닌데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일을 미룰수록 스스로를 다그치며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미뤄진 일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월요일은 다시 허무하게 다 지나가 버렸다.


‘그래, 오늘은 아팠으니 쉬어간 거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보내자.’ 다짐해 보았지만, 성취감 없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이렇게 끝내기 싫었다. 일찍 잠들기는커녕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쇼츠와 웹툰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잠깐만 보려던 게 자정을 넘겼고, 잘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결국 새벽 1시까지 휴대폰을 보며 빈둥거렸다. “내일은 휴대폰을 차에 두고 올라오자.” 그렇게 다짐하며 덮었지만, 밤이 되자 코는 더 막히고 기침이 심해져 잠은 오지 않았다. 잠을 위해 책을 들었지만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다음 날 화요일 아침, 역시 늦게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감기 기운은 더 심해졌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오후에 수업이 있어 개인 운동을 하려면 지금이라도 일어나야 했지만, ‘이 몸 상태로는 쉬는 게 낫다’며 스스로와 타협해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떠보니 정오가 넘었다. 점심을 먹고 출근하면서 ‘그래, 오늘은 퇴근하면 휴대폰을 차에 두고 올라가자. 저녁 먹고 일찍 자면 새벽에 일어날 수 있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곧바로 다음 날 새벽 기상을 위한 준비를 했다.


먹은 저녁을 바로 치웠고,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도시락도 준비해 놓았다. 입고 나갈 옷들과 필요한 물건들도 미리 챙겨 둔 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대신 30분 정도 책을 읽고 10시 반에 불을 끄고 누웠다.


새벽 기상을 목표로 일찍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자더라도 깊은 잠에 들지 못해 자다 깨길 반복했다. 겨우 다시 잠에 빠졌을 무렵, 새벽 1시 어머니 퇴근 소리에 눈을 떴다. 잠이 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자보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었지만 새벽 2시가 되어도 잠은 오지 않았다.


‘이렇게 못 잘 바엔, 잠이 올 때까지 책을 읽자.’ 방 불을 켜고 책을 읽었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막힌 코로 열심히 숨을 쉬어 봤지만, 기침과 가래에 오히려 가슴만 답답해졌다.


그렇게 새벽 5시가 다 되어서 잠에 들었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늘 하루도 아침부터 실패했다는 감정이 올라와, 또다시 무기력에 빠져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와 밥을 먹고 병원을 갔다. 이번엔 다른 약으로 1주일치를 처방받아먹고, 수업을 하러 갔다. 약이 잘 맞았던 걸까.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니 컨디션이 조금은 좋아졌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잠시 TV를 보며 설거지를 미뤘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버지가 오시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11시가 넘었다.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해야 오후 10시경에 잠들 수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 채로 오후 11시라니.


다음 날 새벽 기상은 이미 망쳐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또 나는 잘 준비를 하는 대신 태블릿을 들어 웹툰을 보기 시작했고, 해야 할 일들을 미뤘다.


침대에 누워 미루고 미루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목요일 아침, 물론 늦게 일어났지만 오랜만에 잠을 쭉 잘 수 있었다. 지난 3일간 자다 깨길 반복했고 잠을 깊게 들지 못했는데, 이날은 몸이 좀 회복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운동을 하고 밀린 일들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었지만, ‘아직 다 낫지 않았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출근 전까지 썩 마음에 드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지난 3일보다는 훨씬 능률적인 시간을 보냈기에 발걸음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




내 루틴은 어디서 깨진 것일까. 토요일 집들이를 가며 평소보다 늦게 잔 그 순간부터였을까? ‘실패했다’고 생각한 그 마음에서였을까? 아니면 감기에 걸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지난 4일간의 내 모습을 기록해 다시 보니, 나는 ‘실패했다’는 감정에 크게 요동치고 그 감정을 견디지 못하는 편인 것 같다. 이 실패라는 감정을 디딤돌 삼아 한 발 더 나아가면 좋겠지만, 나에게 실패는 오히려 감정을 밑으로 끌어내려 깊은 늪에 빠뜨리곤 한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앞으로 루틴을 지키기 위해 늦은 밤 약속도 없애고, 무조건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가야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늦게 자는 날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이유에서든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거나 운동을 건너뛰는 날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 습관으로 굳어지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는 ‘하지 못했다’는 즉 ‘실패했다’는 감정에 빠져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조금은 더 관용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실패보다는 삶에서 내가 한 성공을 더 상기해 버릇해야겠다.


글에서도 나에게 실패보다는 성공과 긍정에 초점을 맞춰 써보는 연습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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