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흡수하는 버퍼층

낭만 반도체

레드 LED와 그린 LED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완성되었지만, 블루 LED는 끝내 만들어지지 않는 불가능의 빛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블루 LED의 가장 힘든 난제는 사파이어 기판과 질화갈륨 사이의 극심한 물성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나카무라 슈지는 실험을 무한 반복하는 고독한 노동 속에서 수천 번의 실패를 바닥에 깔고, 사파이어 기판과 질화갈륨의 극심한 물성 차이를 흡수할 수 있는 버퍼층을 1993년에 찾아내, 세계 최초로 블루 LED를 완성한다.

나카무라 박사의 1993년 블루 LED는 단순한 실험 성공이 아니라, 빛의 삼원색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고, 이후 백색 LED 조명은 지구 에너지 절감 혁명을 여는 문이 되었다. 나카무라 박사의 연구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2014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결실을 맺는다. 노벨 위원회는 나카무라 박사의 공로를 “백색 LED 조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류에게 거대한 혜택을 가져온 발명”이라며 찬사 했다.

사파이어와 질화갈륨은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 일단 둘의 격자 상수는 일치하지 않으며, 열팽창 계수에서도 차이가 존재하고, 결정 구조도 상이하다. 사파이어와 질화갈륨을 직접 접촉시키면,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다. 그 충돌은 곧 균열과 결함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버퍼층은 직접 충돌을 완충하는 제3의 층으로 작용한다. 응력을 분산시키고, 격자 불일치를 효과적으로 줄이며, 결함의 전파를 억제하는 스펀지였다. 이 스펀지의 역할은 놀라웠다. 사파이어와 질화갈륨이 바로 만나면 너무 큰 차이 때문에 서로를 찢는다. 결정이 뒤틀리고, 응력이 집중되어, LED는 태어날 수 없었다.

이 스펀지 버퍼층은 사파이어와 질화갈륨 사이에 배치되어, 양쪽의 물성 차이를 흡수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때, 스펀지는 사피어와 질화갈륨의 충돌이 폭발하지 않도록 리듬을 조율하며, 너무 급격한 만남의 속도가 스펀지에 접촉되어 유지되지 않았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간극이 큰 집단은 수도권과 지방일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인구, 자본, 기회가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으나, 지방은 인구 유출을 겪으며 공동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버퍼층은 충분한가? 안타깝게도 충분하지 않다. 현재 우리의 수도권은 경제의 50% 이상, 인구의 절반, 교육, 문화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다.

이는 사파이어 기판 위에 너무 단단한 질화갈륨을 바로 올리는 것에 가깝다. 버퍼층이 충분히 둘의 물성을 완충하지 못하면, 결정은 뒤틀리고, 도처에서 균열이 발생하듯, 지방 소멸 위기, 수도권 과밀 스트레스도 바로 이러한 균열과 유사하다.

버퍼층의 존재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흡수하며, 완화해 주는 층”이다. 하지만 단순한 흡수가 아니라, 차이를 파괴 없이 접속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탄성적인 매개체다. 우리의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도, 블루 LED에서 사파이어와 질화갈륨의 물성 차이를 흡수하는 버퍼층이 놓이면, 과밀 스트레스로 인한 균열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나에게, 이러한 균열을 흡수할 수 있는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스펀지 버퍼층의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다만, 나카무라 박사가 사파이어 기판과 질화갈륨 사이의 버퍼층을 찾아내기 위해서, 반복 실험을 했듯이, 우리도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차이를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버퍼층을 시도해야만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 과밀 스트레스를 그대로 물려준다면, 그들이 바로 그 균열을 직면하는 순간, 후손들은 우리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다양한 버퍼층의 지혜를, 인문학을 비롯한 자연 과학에서도 채용할 용기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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