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까마득히 눈으로 둘러싸인 전자기학

낭만 과학

김민형의 ‘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를 읽다가, 나에게는 아직도 까마득히 눈으로 둘러싸인 바위산 같은 전자기학 이야기를 만난다. “에든버러에 평범한 외관의 회색 사암 건물에서 1831년에 과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태어났다. 입구 옆에 붙은 작은 기념패에 전자기학과 관련된 그의 업적이 짤막하게 적혀 있고 “맥스웰로 인해서 과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 아인슈타인의 인용구가 새겨져 있다.”

내가 전자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신입생 시절에는 수학, 물리, 화학 등 고딩 시절에서 살짝 업그레이드된 이과 과목을 주로 수강했다. 이때는 그래도 대충 비빌 수는 있었다. 이듬해에 완벽하게 꽝을 뽑았다는 것을 현타 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전자기학’이었다. 이러한 전자기학 책을 펼치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맥스웰이다.

다들 맥스웰의 가장 큰 업적으로 패러데이가 제시했던 전기 법칙과 앙페르가 기술했던 자기 법칙을 통합하여, 네 개의 기본 방정식으로 정리한 것을 꼽는다. 나는 맥스웰의 최대 업적으로 빛이 전자기파임을 규명한 것을 들고 싶다.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유도한다는 방정식을 세웠고, 그 식을 풀어서, 전기장과 자기장은 일정한 속도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속도가 빛의 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은 더 이상 신비로운 광선이 아니라, 공간을 통과하는 전자기장의 파동이었던 것이다.

맥스웰 이전에는 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메시지라 여겼으나, 맥스웰 이후에는 빛은 전기와 자기가 교차하면서 떨리는 호흡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러한 눈으로 우주에서 빛나는 별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맥스웰은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고, 수학적 언어를 해독하여, 전자기파의 속도와 빛의 속도가 동일하는 것을 예언했다. 맥스웰의 예언은 훗날 헤르츠에 의해서 증명됐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로 인해서 과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라고 평가하면서, 맥스웰의 수제자임을 자처했다. 뉴턴의 세계에서는 속도는 관측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지만,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다. 당대의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모순을 외면했다. 아인슈타인만이 이 모순을 직시하며, 시간과 공간을 재정의하는 상대성 이론을 제시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블랙홀과 관련되는 탁상공론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대성 이론은 GPS를 통해서 실용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 버렸다. 즉, 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GPS 위성은 시속 14,000km로 지구를 돌고 있어서,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GPS 위성의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하루에 7 마이크로초 정도 느리게 간다. 우리의 감각으로 7 마이크로초는 무시할 수 있는 레벨이지만, 빛에게는 약 300미터의 오차를 발생시킨다.

여기에 고려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GPS 위성의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하루에 45 마이크로초 정도 빠르다. 정리하면, 위성 시계는 지상 시계보다 하루에 약 38 마이크로초 빠르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에서 38 마이크로초의 오차는 운전 중인 우리를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

빛이 전자기파라는 맥스웰의 예언은 아인슈타인을 지나 오늘날 우리가 매일 애용하는 GPS까지 닿아 있는 것이다. 맥스웰이 정리한 수식들이 물리 세계관을 바꾸고, 바뀐 세계관은 엄청난 문명으로 인도한다. 빛의 방정식이 길의 방정식이 되는 과정은 경이롭기만 하다.

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 김민형/김영사/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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