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고기를 좋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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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회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선물의 선(膳)과, 회자의 회(膾)와 자(炙)에는 고기(月)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선물로 고기를 받고 싶었고, 날고기(膾)든 구운 고기(炙)든 고기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사람들은 칭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조상들에게 고기는 배를 채우는 음식인 동시에 마음을 여는 열쇠였다. 선물로 받은 고기 덕분에 마음이 넉넉해지고, 날고기나 구운 고기를 먹으며 고양된 기분으로 진심 어린 칭찬을 만들어 냈다.

우리 조상들은 기본적으로 고기를 좋아했다. 조선은 농사를 중시했지만, 제사나 잔치에는 소고기가 빠지지 않았다. 세종대왕의 고기 사랑은 유명하다. 태종은 세종에게 특별한 유훈을 남긴다. “내가 유명을 달리하더라고, 하루가 지나면, 고기를 먹어도 좋다.” 우리 사회의 소울 푸드라고 말할 수 있는 설렁탕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것이다.

지금도 명절 선물로 부동의 1위는 갈비 세트일 것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신을 귀하에 여긴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고, 선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큰 냄비에 가득 갈비찜을 준비해서 나누어 먹는 풍경은 우리가 가장 바라는 모습이다.

영어에서 소는 cow지만, 소고기는 beef다. 소는 영어를 쓰는 하층민이 키워서 영어인 cow로 불렸고, 소고기는 프랑스어를 쓰는 상층민이 주로 먹어서 프랑스어인 beef로 불렸다. 1066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윌리엄 궁이 영국을 정복하면서, 영국의 지배층은 프랑스어를 쓰게 됐고, 피지배층은 영어를 그대로 영어를 썼다. 흥미로운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기는 권력과 밀접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기는 지금도 상류층 알레고리일까? 한국에서 한우의 이미지는 독특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수입산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보편적인 기호 식품이 되었다. 반면에 최고급 한우는 성공과 부의 상징이다. 중요한 비즈니스 접대에서는 한우를 대접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최고의 예우로 통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고기의 양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미학적 가치가 중요해졌다. 최근 유행하는 우마카세(소고기 오마카세)는 고기를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부위별 설명을 들으며 세프의 퍼포먼스를 즐기는 문화적 코드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고기는 여전히 상류층의 알레고리다. 다만 그 형태가 양적 고기 섭취에서 미식적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기를 좋아했던 조상들의 DNA가 현대적으로 변주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상류층 문화 코드가 자리 잡지는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의 상류층 문화는 급격한 과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우 오마카세나 파인 다이닝이 유행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미식을 즐기기보다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용 과시 수단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여전히 소고기 등급(1++) 같은 숫자나 계량화된 지표에 매몰되어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 사회가 생존의 단계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깃국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내가 먹는 고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지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은 자아실현의 초기 단계라서 남의 시선을 통해서 자아를 확인하려 한다. 우리는 남에게 보여주는 자아와 내가 느끼는 자아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회자되는 것을 중시했다. 과거에는 남들에게 칭찬받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현재의 자아실현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함으로 옮아가고 있다. 즉, 회자의 의미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 함께 고기를 나누며 즐겼다면, 지금은 혼자서 자신만의 자아를 찾으려다 보니 외로움이 깊어지고 있다.

아들이 사회적 주역이 될 즈음에는, 명절 선물로 무엇이 인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2046년에는 우리 사회가 자아실현의 정점에 진입하여, 고기를 주던 즐거움을 넘어, 과연 경험을 선물하는 시대가 될 것인지를 상상해 보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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