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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하고 싶지만, 일단 해보는 걸로!

-지금, 바로, 해 볼 수 있는 용기!!

by 시나브로 모모

2025년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글쓰기"를 다짐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브런치에 글쓰기에 도전했고, 나의 글은 4월 28일에 멈춰있다. 처음엔 일이 바쁘니 한 주 건너뛰는 것으로, 그 다음엔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러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쓰는 게 의미가 있나 합리화하며 여기까지 왔다.

한번 틀어진 글쓰기는 루틴이 되기도 전에 "이번 판은 망했다"는 마음 때문에 엎어 버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올해는 이렇게 지나갔으니 내년에 다시, 꾸준히 잘해 보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항상 그 지점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 속 완벽함 말이다.

학생들은 자주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내일부터는 공부할 거에요!!" "선생님, 전학 가면 친구들이랑 문제 없이 잘 지낼 거에요!"

변화는 어느 정해진 시점에, 달라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다음으로 미루거나, 환경이 바뀌면 자신도 저절로 바뀔 거라 말한다. 특히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코로나를 겪은 세대의 아이들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최근 1학년 학생들 중에서 전학을 고민하고 방법을 문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이 때 부모들은 이사를 해서라도 아이의 학교를 옮길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긴다. 과연 아이들은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잘 맺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까? 같은 이유로 우리 학교로 전학온 학생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자신이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환경을 바꾼다고 해서 관계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자신이 스스로 변화하고자 마음을 먹기만 하면 같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지만 한번 꽂힌 마음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결국 변화는 "지금" 생각을 바꾸고, "바로" 실행해 보는 그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참 많이 했던 이야기를 나에게 따끔하게 던져 본다. 내가 브런치에 매주 글을 쓰려 했던 이유는 베스트 작가가 되려는 거창한 욕망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1~2년 후 퇴사를 할 예정이고, 20여년의 교직생활을 잘 정리해 보고 싶었다.

6년 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근에 첫째가 철학에 관심이 있어 그 책을 추천했더니 맘에 드는 구절을 필사까지 해가며 즐겁게 읽고 있다. 그 중에 쿠르트레빈의 "해동"개념-인생의 전환기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일이 끝나는 시기라는 것-을 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첫째는 5학년 때 농구에 눈을 뜨면서 진지하게 NBA 선수를 꿈꾸며 열심히 농구를 했는데, 중학생이 되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농구를 계속 즐겁게 하려면 선수보다는 취미로 하는 게 좋겠어"

그러더니 공부가 재밌다며 어느날 문득 구에서 운영하는 스터디카페에 가서 자기주도학습에 많은 노력을 쏟기 시작했다. 첫째에게는 지금이 "해동"의 철학적 개념을 적용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농구'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끝낼 것인지를 생각하고 잘 정리하면 미련이나 후회없이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현재 공교육 교사로서의 삶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때이다.

내가 퇴사하려는 이유는 공교육이 싫어서도 아니고, 가르치는 일이 맞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청소년들과 만나고 싶다. 다만 이제는 나의 가치와 철학에 따라 소신 있게 그 길을 가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공교육 교사로서 살아온 삶과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을 기록하고 제대로 정리하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오늘, 나는 그 변화의 걸음을 "지금", "바로" 내딛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이 와중에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처음부터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속삭임이 또 들려온다. 지금 나에게는 잘하려는 욕심보다 그냥 해보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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