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와 함께 하는 '토쓰'의 첫걸음
2025년,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나는 아이를 조산원에서 낳았고, 공동육아로 키웠으며, 일반 초등학교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키웠다. 나의 선택은 평범하지 않았을 수 있으나 나의 아들은 꽤 무난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친구들이 1순위라서 주말마다 5시간씩 '숨꼭'과 농구, 홍대 어슬렁대기를 실천 중이다.
일상을 심심하지 않게 혹은 심심함도 즐길 수 있는 내공을 키워온 아들이라 자부한다.
썸을 타는 여사친이 있는지 가끔 30분 이상씩 통화를 한다. 남편과 나도 모두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수다를 떠는 13살의 사내 녀석이란 대체 무엇인가.
키는 훌쩍 컸는데, 사춘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은 개구쟁이 13살이 현재 우리 아이의 모습이다.
그동안 예체능의 삶을 살아온 아이에게 중학교의 시계는 다른 삶으로 굴러가게 만들겠지.
피아노, 택견, 농구, 미술 그나마 아빠가 하는 영어 학원을 다닌 것이 소위 말하는 학습 사교육에 속한다 하겠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 또다른 문을 열고 들어설 아이에게 나는 이번 겨울방학,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국어를 가르치면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 온 것은 "의사소통능력"이다. 국어가 암기과목이라 말하는 녀석들에게 "국어는 지식이 아니라 '도구'야!!"라고 외쳐 왔다.
그렇다면 국어가 '도구'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묻는다면.... 국어를 '도구'로 사용하기에 교사는 너무 바쁘고, 학생들은 여유가 없다. 아마 우리 아이의 중학교 생활도 그러하리라.
초등학생 때조차 국어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여전히 과목별로 분절적이고, 해야할 양(개념과 지식)이 넘치는 '진도의 굴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교사나 학교, 교육부를 탓하지 않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것이 아니라 중이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 법!!
그래서 나의 겨울방학 재능기부가 시작되었다.
바로 "토쓰"(라 쓰고 토론하고 글쓰기라 읽는다)프로젝트!
시작은 미미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11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남학생 7명, 여학생4명 인근 2개의 초등학교가 섞인 꽤 흥미로운 조합이 만들어졌다. 텐투텐을 할 만큼 공부에 진심인 아이부터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아이들, 말이 흘러넘치는 아이와 한마디도 안하고 버티는 아이까지 11인 11색의 다양한 아이들.
이 아이들과 6번에 걸쳐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책을 읽고 요약을 하고 소크라틱토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 그리고 '각자' 컨셉이다. 수업 시간에는 협업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과제는 개별적으로 해서 제출한다.
협업을 하면 일단 분위기가 좋다. 문제를 해결할 때, 덜 긴장되고 부담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위기만 좋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드러날 때도 있다. 혹은 모둠원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 무시당하거나 조율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업은 필요하다. 바로 그 과정 자체가 '의사소통'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고 양보하기도 하고 관철시키기도 해야하는 줄다리기를 균형있게 해야하는 고도의 사고능력이 바로 협업이다.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눈치게임으로 모둠을 정하면서 저들끼리 깔깔대고 신이 난다. 사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협업을 싫어한다. 무임승차 하는 애들, 잘난척(혹은 잘난)하는 애들, 그냥 만사 귀찮은 애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이, 우리가 살아갈 사회가 그런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진짜 힘을 키워야 한다.
교과서 속에 '대화의 원리와 전략'이 아닌 '진짜' 대화의 원리를 실험하고 실패할 삶의 자리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