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사색

by 문과형 이과

지난 11월에 글을 쓰고서 3개월이 지났다. 글쓰기가 어렵다. 대충 나 혼자 끄적일 때는 아무 말이나 논리에 맞지 않더라도 쓰곤 했는데 공개적인 곳에 나의 글을 올리려니 글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로 글의 분량을 길게 쓰질 못하겠다. 성격이 급한 건지 영상만 봐서 멍청해진 것인지 느린 전개를 견디지 못한다. 같은 이야기를 빙빙 돌려하는 글은 읽기도 힘들어할뿐더러, 분량을 늘리자고 그만한 비유를 생각해 내는 것도 지치며, 다시 그 글을 읽어보면 구역질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왜인지 길게만 써야 할 것 같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기가 힘들어진다.


사실 위의 이유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쉬는 기간 동안 지키려고 적어둔 습관 목록에서 지키지 못한 항목에 '브런치스토리 작성하기'가 들어간다. '게임 안 하기'도 지키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하등 쓰잘데기 없는 행위임을 매일 자각하면서도 어김없이 하고 있는 내가 마음애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끊지 못하는 것은 게임 중독일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두 시간 내외로 하는 게 얼마나 크냐고 하지도 모르겠지만 술을 매일 두 잔씩 먹는 것도 중독에 포함된다.


글로 씹을 이야깃거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작성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업로드하지 않은 글도 몇 있다. 쓰다 보면 꽂히는 구절이 있긴 하지만 그뿐이다. 글 전체가 마음에 드는 경우는 드물다.


글을 수정하는 것은 더 어렵다. 글이라 함은 단어마다의 뜻이 연결되어 문장을 이루고 문장이 연결되어 문단을 이루니 수정한다는 것은 쌓인 탑에서 돌 하나를 빼내어 꼭 맞는 다른 돌을 찾는 것과 같다. 한쪽을 고치면 다른 쪽과 어긋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한 번에 자리를 잡고 쭉 써내려 가는 편이 낫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글에 화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군대에 있을 적에 다양한 이유로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었다. 화는 파도와 같아서 한순간에 밀려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모래에 연흔을 남기듯 마음속에서 적층된다. 그에 대한 출구로 여자친구가 다이어리를 사다 주었고 며칠에 한 번씩 일기를 썼다. 처음에야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지나고 보면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대나무숲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나름의 추억거리가 된다.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책을 읽다 보니 나름의 글쓰기에 대한 꿈이 생겼다. 이미 알려진 진리이겠지만 나에게 특히 다가온 깨달음이라던가, 주장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사람들에게도 글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당시 문해력이나 논리성은 별로였다. 이를 보완하고자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어차피 군대에서 남는 게 시간이었으므로. 상병~병장까지 대충 27권을 읽었다.


그때도 소설에는 관심이 없었고 경제에 관심이 있었기에 70프로는 경제나 과학 관련 책들, 그리고 20프로는 에세이, 10프로 소설이었다.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릴스 중에 현우진 수학 강사가 중학교 2학년 때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방학 동안 책을 200권을 읽었고, 개학할 때쯤 아버지 옆을 지나가는데 아버지가 읽고 계시던 신문의 한 문단이 한눈에 들어왔다고 말하는 영상이 있다. 나는 고작 27권 읽었기에 그 정도로 문해력이 높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약하지만 문해력이 늘었음은 자부할 수 있다. 배드민턴 레슨을 받으러 가면 학부모들끼리 본인 아이들의 공부 방법에 대해서 상의하는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내가 나쁘지 않은 대학에 다니는 것을 알게 된 후 몇몇이 물어보면 요즘은 책 많이 읽히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그게 가장 공부를 잘하는 법임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의 힘은 대단하다. 고고학자들은 이집트 문명에 파피루스에 쓰인 글을 해독하려고 애를 쓴다. 그 글만 해독한다면 당시 생활상부터 문화,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니까.

내 친구는 슬픈 시를 읽고 운다. 천상 T인 나에게는 F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이해하기 힘드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글의 힘이 크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의 글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진정성을 느끼고 헤아려준다면 그것이 내가 부족하지만 글을 쓰는 이유가 될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족하다는 핑계로 글을 자주 쓰지는 못하겠지만, 시간이야 낼라면 얼마든지 내더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하다 보면 늘고 하는 것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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