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색
예술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과거에.
예술에 대해 약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시기는 아마도 어떤 화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캔버스에 물감을 뿌려놓고 예술작품이라고 전시해 놓은 것. 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예술작품이라고 전시해 놓은 사진을 보면서라고 추측해 본다.
요즘도 예술이 이해되진 않는다. 차라리 고전 미술, 근대 미술(캔버스에 유화라던가, 수채화라던가 등)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그림, 인물 그림 등은 그렇구나라고 이해라도 하겠다. 현대 미술은 갈수록 초심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진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역사와 작품을 엮어서 이해해 보면 예술이 재밌어지는 찰나가 오기도 한다. 이번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유튜버는 베르사유 궁전에는 '거울의 방'이라고 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는 벽면에 거울이 붙어 있다고 했다. 가이드에게 배경 설명을 듣지 않는 이상 '그냥 벽에 거울이 있는 방이네'하고 넘어가기 쉽다며 배경을 약간 설명해 주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벽면에 거울이 붙어있다. 그 시대에는 거울을 둥글게 자르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그래서 저 거울을 베니스에서 직접 공수해 와서 붙인 것이고, 거울 맞은편에는 드넓은 정원이 있단다. 외국 사신이 거울의 방에 들어오면 바깥의 정원과 거울에 반사된 정원, 저 끝에 있는 왕을 보며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고 했다. 모르고 보면 단순히 화려한 거울 붙어 있는 방에 불과하지만 그 당시 역사적 상황을 듣게 되면 흥미가 올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미술품은 가이드에게 설명을 듣더라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마저도 듣지 않고 혼자 감상한다면 '뭐야'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역시나였다.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거도 예술품인가 봐"(아크릴 박스로 감싸져 있는 온습도계를 바라보며)라고 묻는 내 말을 듣고는 친구가 웃었다.
시선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그림에는 마이클 잭슨이 옥좌(조선 왕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제목은 '왕의 초상화'. 기분이 묘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조선의 왕의 의자에 앉아있다라... 우선 마이클 잭슨의 표정이 너무 생생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어진 생각은 '팝의 황제면 왕은 맞으니까 왕좌에 앉아있는 게 맞긴 하지. 근데 왜 하필 옥좌일까. 동서양의 조화로움을 의미하나?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서도 황제임을 뜻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싶었다. 설명이 적혀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뒤로 하고 다른 눈에 띄는 작품을 만났다. 한 남자의 증명사진, 증명사진을 따라 그린듯한 초상화(그러나 지우개로 지운 듯이 번져있는 듯한), 카메라, 태블릿이 있었다.
이 작품은 설명이 있었다. 카메라를 통해 컴퓨터가 얼굴을 인식한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에 의해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사각형이 얼굴을 인식하는데 실제로 태블릿에서 얼굴을 인식하는 화면이 나타나고 있었다. 증명사진에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사각형이 한 개씩 나타나 있었다. 반면에 초상화에는 아무런 사각형도 없었다.
이것이 목적이었다. AI에 인식되지 않는 다양한 초상화를 그리는 것. 그 뒤로 여러 장의 초상화가 있었는데 모두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또한 AI에도 인식되지 않았다.
AI시대에서 화가들이 AI에 의해 사라지기 쉬운 직업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AI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의 얼굴이 기계에 의해 인식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
'사람들이 점점 획일화되어 가는 모습을 AI는 포착하기에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가 포착하기 힘든 빈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에 빠져 있던 와중에 어느새 예술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 이것이 예술이구나'
'작품이라는 겉치레로 싸여있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 보는 것. 그것이 예술이구나.'
온습도계를 보며 "이것도 예술품인가 봐"라고 조롱 아닌 풍자를 했던 찰나가 부끄러워지면서도 '그건 정말 예술일 수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가 담긴다면, 작가의 생각이 담긴다면 아크릴 박스에 갇혀있는 온습도계마저 예술일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예술이 재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