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불편한 사람들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by 글꽃쌤

잘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순수하게 기뻤던 적이 얼마나 되는지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그런 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칭찬을 들으면 기쁘기보다 어색하고,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뭔가 부끄럽고, 심지어 그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거나 곧 반전이 올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을 받으면 즉각적으로 부정한다. 아니에요, 별것도 아닌데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이런 반응을 겸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이 진짜 겸손인지 아니면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심으로 불편한 것인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칭찬이 불편한 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개념과 들어오는 정보 사이의 충돌이다.


뇌는 일관성을 좋아한다. 인지적 일관성(cognitive consistency)이라고 부르는 이 경향은, 뇌가 자신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 믿음과 충돌하는 정보는 불편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오랫동안 자신이 그다지 잘하는 것이 없다거나, 특별히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거나,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자기 개념을 가져온 사람에게 칭찬은 그 믿음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보다. 뇌는 이 충돌을 불쾌하게 처리하고, 그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 칭찬을 무효화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저 사람이 나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겠지, 저 상황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다음에 실망시키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이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뇌의 방어 작업이다.


이것을 자기 확인 이론(self-verification theory)이라고 한다. 윌리엄 스완(William Swann)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보다 자신의 기존 자기 개념과 일치하는 평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상대방에게 더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것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칭찬이 불편한 것은 그 사람이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칭찬이 자신의 내면에 오래 자리잡은 자기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치심(shame)의 역할도 여기서 중요하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과 폴 길버트(Paul Gilbert)의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만성적인 수치심을 경험해온 사람들은 자신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존재라는 핵심 믿음을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믿음이 자리잡고 있을 때 칭찬은 단순히 어색한 정보가 아니라 위험한 정보가 된다. 칭찬을 받아들이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부응하지 못하면 더 큰 실망과 거절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긴다. 칭찬을 거부하는 것이 그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 떨어질 일도 없다는 논리와 같다.


신경학적으로 보면, 칭찬을 받을 때 보상 회로(reward circuit)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수치심 기반의 자기 개념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그 보상 처리가 위협 반응과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기쁨과 불안이 동시에 오는 그 혼란스러운 감각이 바로 이것이다. 좋은 말을 들었는데 왜 기분이 이상한가 싶은 그 느낌은, 두 개의 신경 반응이 충돌하고 있는 상태다.


이것이 어린 시절과 연결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자주 지적받았거나, 칭찬이 조건부였거나, 잘했을 때 오히려 더 큰 기대가 따라왔던 경험이 반복된 사람들은 칭찬 자체를 안전한 신호로 학습하지 못한다. 칭찬이 오면 다음에 무언가가 따라온다는 패턴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칭찬 앞에서 이완되기보다 긴장하게 된다. 칭찬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칭찬 다음에 오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칭찬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은 생각보다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연습이 아니라, 그 말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그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를 잠깐 들여다보는 것. 이 칭찬이 나의 자기 개념과 충돌하고 있는가, 아니면 칭찬 다음에 올 무언가가 두려운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칭찬이 불편한 것이 자신의 결함이 아니라 오래된 학습의 결과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 불편함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아직 충분히 믿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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