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빨라지는 건
두려움이 아닐 수도 있다

by 글꽃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손이 약간 떨리고 입이 마르고 숨이 짧아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이것을 두려움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에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이 떨리고 숨이 짧아진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섰을 때도 그렇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 드디어 시작될 때도 그렇다. 몸의 반응은 거의 동일한데, 어떤 경우에는 두려움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설렘이 된다. 같은 신체 상태가 전혀 다른 감정으로 경험되는 이 현상은, 감정이 몸의 반응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탠리 샥터(Stanley Schachter)와 제롬 싱어(Jerome Singer)는 1962년에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에피네프린을 주사하여 심장 박동을 높이고 각성 상태를 만든 후, 일부에게는 이 신체 변화의 원인을 설명해주고 일부에게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각기 다른 감정 상태의 사람(행복해 보이는 사람, 화가 난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게 했다. 그 결과 신체 각성의 원인을 설명받지 못한 참가자들은 주변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상태가, 맥락에 따라 기쁨이 되기도 하고 분노가 되기도 했다. 이것이 감정의 이요인 이론(two-factor theory of emotion)이다. 감정은 신체적 각성과 그 각성에 대한 인지적 해석,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이것을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한다. 배럿의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에 따르면, 감정은 뇌 안에 미리 프로그래밍된 고정된 반응이 아니라, 뇌가 현재의 신체 상태와 과거의 경험, 현재의 맥락을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구성해내는 것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신체 상태 자체는 중립적이다. 뇌가 그 상태를 지금의 상황과 과거의 유사한 경험에 비추어 해석하면서 두려움, 설렘, 흥분, 긴장 중 하나의 감정으로 만들어낸다. 같은 신체 각성이 발표 직전에는 두려움이 되고 첫 데이트 직전에는 설렘이 되는 것은, 뇌가 다른 맥락을 읽어 다른 감정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제로 중요한 이유는, 감정의 해석이 바뀌면 경험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앨리슨 우드 브룩스(Alison Wood Brooks)의 연구는 이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발표나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참가자들에게 나는 불안하다 대신 나는 흥분됐다고 말하게 했을 때, 실제 수행 능력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안과 흥분은 신체적으로 거의 동일한 각성 상태인데, 뇌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실제 경험과 행동에 차이를 만든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한 것이 아니라, 같은 신체 상태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만으로 결과가 달라졌다.


물론 이것이 모든 불안을 의지적으로 설렘으로 바꿀 수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랫동안 특정한 신체 각성 상태를 두려움으로 해석해온 사람에게, 그것을 갑자기 설렘으로 읽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뇌가 그 신체 상태를 두려움으로 해석하는 데는 오랜 학습의 역사가 있고, 그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반드시 위험의 신호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 신체 상태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원인이 아니라 뇌가 해석하는 재료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 해석에 조금씩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상에서 이 이해가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순간은 신체 각성이 갑자기 올라오는 때다.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짧아지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뇌가 해석하기 전에 잠깐 멈추고 물어볼 수 있다. 지금 이 신체 반응이 실제 위험 때문인가, 아니면 뇌가 과거의 패턴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이 각성이 두려움인가, 아니면 중요한 무언가 앞에 서 있다는 신호인가. 그 질문이 감정의 방향을 바꾸지 못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그 감정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준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하나인데, 우리는 그것을 읽는 방식을 조금씩 선택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감정은 마음이 아니라 몸에서 먼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