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오래 머무는 사람들의 전전두엽

by 글꽃쌤

슬픔은 원래 지나가는 것이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 기대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소중한 것과 멀어졌을 때 찾아오는 슬픔은 그 상실을 처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 슬픔은 그렇게 지나가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거움이 오래 남아 있거나,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다시 그 자리에 와 있거나, 슬픔이 아닌데 슬픔처럼 느껴지는 감각이 일상의 배경처럼 깔려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슬픔이 머무는 방식의 신경학적 기반을 모를 때 하는 오해다.

슬픔의 처리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영역 중 하나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다.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맥락을 부여하며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는 능력을 담당하는데, 특히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은 감정적 경험의 의미를 평가하고 편도체의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슬픔이 건강하게 처리될 때는 전전두엽이 그 슬픔에 맥락을 부여하고, 이것이 무엇에 대한 슬픔인지, 지금 이 감정이 현재 상황에 적절한 것인지를 평가하면서 편도체의 반응을 서서히 조절해간다. 슬픔이 지나가는 것은 이 조절 과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절 과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 슬픔은 머문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수면 부족, 어린 시절의 반복적인 부정적 경험들은 전전두엽과 편도체 사이의 연결을 약화시킬 수 있다. 편도체가 활성화한 슬픔의 반응에 전전두엽이 충분히 개입하지 못하면, 그 감정은 맥락 없이 순환하게 된다. 왜 슬픈지 모르겠는데 슬프다는 경험, 이미 지나간 일인데 여전히 같은 무게로 느껴지는 경험이 여기서 온다.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편도체는 과거의 슬픔과 현재의 자극을 구별하지 못하고 계속 같은 반응을 반복한다.

반추(rumination)가 슬픔을 길게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슬픈 생각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왜 그렇게 됐는지를 계속 되짚고,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를 끝없이 생각하는 것이 반추인데, 이것이 슬픔을 해소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슬픔을 유지시키는 신경 회로를 계속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전 놀렌-혹세마(Susan Nolen-Hoeksema)의 연구들은 반추가 우울의 지속과 악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슬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슬픔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반복 재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슬픔이 오래 머무는 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그 슬픔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슬픔은 무언가를 잃었다는 신호이고, 그 상실이 아직 충분히 애도되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슬픔을 빨리 없애려 하거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덮으려 할 때, 그 슬픔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처리되지 못하고 아래에 남는다. 오래 머무는 슬픔에는 아직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슬픔이 오래 머문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했던 것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슬픔을 서둘러 끝내려 하기보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슬픔인지를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때로는 더 빠른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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