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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밝혀내는 천마도(天馬圖)의 진실

: 천마(天馬)인가 기린(麒麟)인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4단계 BK21

동아시아 SAP 융합 인재 양성 사업팀

김현수 (석사과정, 참여대학원생) 



 천마도(天馬圖)는 장니(障泥)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장니는 마구(馬具)의 한 종류로 말의 안장(鞍裝) 양쪽에 달아 늘어뜨려, 말의 발굽에서 진흙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이승렬·신용비·정원섭, 2016).


  이러한 천마도가 말을 그린 것인지, 상상의 동물인 기린(麒麟)을 그린 것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근거로 각각의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먼저 여기에 대해 살펴보고, 컴퓨터는 어떻게 분류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린은 고대 동아시아에 있어서 종교적, 사상적, 민속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상상의 동물입니다. 기린은 봉황, 거북, 용과 함께 상서로운 짐승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중국 한(漢)나라에서 나타나는 기린은 사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천마총이 만들어진 시기와 동시기인 중국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에 들어서면 기린의 형상이 사슴 이외에 말의 모습을 보이면서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 형태가 애매모호해지게 됩니다. 천마총의 천마에는 머리에 뿔이 표현되어 있으며 입에서 신기(神氣)를 내뿜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이 시기의 기린과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천마도의 천마는 기린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이재중, 1994).


  그러나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 인물형 토기’와 고구려 고분벽화의 말들을 보면 말에 뿔 장식을 한 경우가 흔히 보이기에 이것은 기린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김선숙, 2012). 또한 감숙성 주천(酒泉) 정가갑(丁家閘) 고분에 있는 천마도에서 보이는 뿔은 북방 기마민족의 말상투입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았던 신라에도 전해졌을 것이므로 천마의 뿔은 말상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이종호, 2005). 따라서 뿔이 기린만의 특징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는 어떻게 판단하였을지 알아봅시다. 


이미지 분석을 위해 중국 남북조시대 석실묘, 한국 삼국시대 석실묘 벽화에 그려 진 6개의 기린과 2개의 천마를 준비하였습니다. 이미지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은 Orange3를 이용했습니다. Orange3는 기계학습과 데이 터 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어려운 수학 공식과 복잡한 텍스트 코 딩 없이 캔버스 위로 위젯을 드래그하고 드롭하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인공지능을 배우는 학습자 가 그 원리를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임진 숙 외, 2021). 프로그램에 내재되어 있는 Inception V3 기능을 통해 이미지 간의 유사도를 측정하였습니다. Inception V3는 대표적인 CNN 모델 중 하나입니다.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모델은 시각적 이미지 분석 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인공신경망의 한 종류입니다. 원시 이 미지를 그대로 입력받아 학습을 통하여 학습데이터에 맞는 특성을 다 차원 공간상의 벡터로 임베딩함으로써 다양한 특징을 인위적인 누락없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CNN 모델을 유물의 유형 분류에 적용하면 유물 이미지의 모든 특징을 다차원 공간상의 벡터로 임베딩할 수 있 게 되어 연구자에 의해 누락된 특징들을 분석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 이 있습니다(정하영·장윤정, 2022).



Inception V3를 통한 이미지 분석 후 Hierarchical clustering(계층적 군집 분석)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군집화했습니다. Hierarchical clustering은 비슷한 군집끼리 묶어 가면서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케이스가 될 때까지 군집을 묶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아래 그림과 같은 분석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Orange3 프로그램의 분석 결과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석실묘, 한국 삼국시대 석실묘 벽화에 그려진 6개의 기린과 2개의 천마는 위의 그림과 같이 크게 A·B유형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분석 이전에는 천마와 기린의 각 유형으로 분류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이러한 결과를 냈는지는 프로그램 한계상 알 수 없지만, ① 천마와 기린의 보법 즉 다리의 모양과 ② 꼬리, ③ 갈기, ④ 머리의 뿔(혹은 상투)의 모양 유사도를 바탕으로 개체 간의 유사성을 판단하여 군집화한 것 같습니다.


  먼저, A유형을 보면 두 기린의 보법, 갈고리 모양의 뿔과 긴 갈기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집니다. 실제로 A유형의 기린도들은 중국 남북조시대 기린도로 두 기린도의 시기는 매우 가깝습니다. 


  다음으로 장천 1호분, 강서대묘, 무용총의 기린을 봐도 보법이 상당이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강서대묘와 무용총의 기린은 얇은 꼬리와 비슷한 모양의 뿔 때문에 더 연관성이 높다고 분석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가갑 5호 고분, 덕흥리 고분, 천마총의 천마도들을 봐도 보법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석결과에서 천마총의 천마도는 덕흥리 고분의 벽화와 제일 유사하다고 판단되었으며, 그 다음으로 정가갑 5호 고분의 벽화와 유사하다고 판단된 것으로 봐서 천마도를 기린이 아닌 천마로 판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천마총의 천마도는 덕흥리 고분의 천마와 보법, 꼬리의 형태가 가장 유사하여 제일 비슷하다고 판단된 것 같습니다. 천마도를 천마 혹은 기린으로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컴퓨터는 천마총의 천마도를 덕흥리 고분의 천마 그림과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이는 천마도를 기린이 아닌 천마로 분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참고문헌


국립문화재연구소, 2020, 『천상의 문양예술 고구려 고분벽화』
김선숙, 2012, 「경주 황남동 제155호분 출토 障泥에 그려진 소위 ‘天馬’에 대한 再考」, 『한국고대사탐구』 10 

이승렬·신용비·정원섭, 2016, 「천마총 출토 죽제 천마문 금동장식 장니의 화면구도와 제작기법에 관한 연구」, 『보존과학회지』 32-2,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이재중, 1994, 「三國時代 古墳美術의 麒麟像」, 『美術史學硏究』 203 

이종호, 2005, 「자작나무로 만든 '말다래'에 그린 '천마도'」, 『과학과기술』 38,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임진숙·장병철·서미란·정종호, 2021, 『나는 오렌지로 데이터 분석한다』

정하영·장윤정, 2022, 「가야 토기의 편년 추정을 위한 딥러닝CNN-DBSCAN 기반 굽다리 접시 유형 예측 모형 개발」, 『문화와 융합』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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