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선사시대의 의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4단계 BK21

동아시아 SAP 융합 인재 양성 사업팀

 조선민 (석사과정, 참여대학원생) 



  오늘날 현대인들은 가족 또는 주변인이 사망할 경우 화장, 매장, 수목장 등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제사와 같은 행위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명복을 빌어줍니다. 이러한 사고(思考)나 관습은 언제부터 존재하였을까요? 혹은 선사시대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죽음(死)’을 대하였을까요? 죽음을 대하는 한반도 청동기시대인들의 태도를 다음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석검 각 부위의 명칭



  오늘 소개할 사례는 한반도 남부의 청동기시대 유적인 사천 본촌리유적 가지구 ‘2호 석관묘(石棺墓)’(경상대학교박물관, 2011)입니다. 2호 석관묘에 부장된 유물(遺物)과 인골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해당 석관묘에서는 석검(石劍)과 석촉(石鏃) 1점이 출토되었습니다. 석검은 무덤 벽면의 충전토(充塡土) 위에서 신부(身部), 심부(鐔部), 병부(柄部)의 3부분으로 파쇄되어 겹쳐져 부장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물을 의도적으로 부러트린 다음 부장하는 ‘유물훼기’ 의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석검과 함께 부장된 석촉 역시 무덤에서만 출토되는 부장용(副葬用) 석촉으로, 청동기시대에 실용으로 사용되던 일반적인 석촉보다 길이가 훨씬 길고 얇아 부러지기 쉬우며 섬세하게 제작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골은 머리가 남동쪽 단벽을 향한 채 팔이 굽어져 흉부쪽으로 모아져 있는 신전장(伸展葬)을 취하고 있습니다. 인골 분석결과, 성년 후반(30대)의 여성으로 추정되었습니다(김재현, 2006). 그런데 특이한 점은 피장자의 구강 내에 피장자의 것이 아닌 타인의 치아도 함께 들어있었다는 점입니다. 구강 내에서 발견된 것은 50세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아래턱 어금니(小臼齒)이며, 다른 하나는 이와는 별개의 절치(切齒)* 였습니다. 이를 통해 ‘복상발치(服喪拔齒)’가 행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복상발치란, 상을 당한 사람이 치아를 뽑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정황을 통해 죽은 자(死者)를 묘에 안치하고 구강 속에 타인의 치아를 넣는 의례행위가 행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발치(拔齒)는 성인식과 같이 개인의 성장 과정에 행해집니다. 그러나 2호 석관묘 인골에서 확인되는 복상발치는 성인이 된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복상발치는 다른 나라의 민족지 예나 고고학적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주로 장례식의 참여자들 중 피장자와 친연적 관계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치아를 뽑아 사자(死者)에게 공양한 예가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 절치(切齒) 문아(門牙) · 절치(切齒) · 편아(片牙) · 전판치(前板齒)라고도 일컫는다. 앞니. 아래위 이틀에 안쪽 앞니와 바깥쪽 앞니가 각 2개씩 있어서 모두 8개이다. 


  만약 석관묘에 안치된 피장자와 그의 구강 속 치아 주인이 모녀(母女)의 관계였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어머니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치아를 뽑아 그녀의 입 안에 넣어줌으로써 딸의 명복을 빌어주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저승의 악한 것들로부터 그녀를 지켜주길 바라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석검과 석촉을 함께 부장하여 장례를 치룬 것은 아니였을까요?


  이처럼 사천 본촌리유적 가2호 석관묘의 사례에 대해 ‘死者에 대한 生者의 태도에서 死者의 행불행이 결정된다’(大林太良, 2008)는 관점에서 고고학적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무덤 속 의례가 이루어진 인골과, 함께 부장된 석촉과 석검에 대해서도 단순히 부장을 넘어선 벽사와 보호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해당 사례를 통해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청동기시대인들에게도 주변인의 죽음은 큰 사건이며, 더 나아가 고인의 명복과 행복을 빌어주려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수 천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도 죽음을 대하는 선사인과 현대인들의 가장 근원적인 마음은 어쩌면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고문헌 

경상대학교박물관, 2011, 『사천 본촌리유적』

국립진주박물관, 2002, 『(청동기 시대의) 大坪·大坪人』

김재현, 2006, 「부산,경남지역 고대 장송문화의 정체성과 접변양상」, 『石堂論叢』 37

大林太良, 2008, 『葬制の起源』, 角川學芸出版

작가의 이전글 죽은 사람을 묻어버리는 살아있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