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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대 와인이 날 마셔버립니다

by 은월 김혜숙




붉은 와인

날 그대께로 맡기면

그대는 내게 기대고 취한 와인잔에

그대는 날 감싸않고 난 그 손안에 들어갑니다.


흐린 와인잔

난 잠이 들며 그대는 날 포근히 잠재우고.

휘청이는 와인은 날 따뜻이 보듬어 토닥입니다.

그렇게 와인은 날 마시고 그대마저 마셔 버려

붉은 노을처럼 물이 들면 버거움에 기댄 채 위로합니다.


지친 영혼 할퀴운 상처의 뜻을 담고

그대는 나의 피로가 되고 난 그대의 위로가 됩니다.


탁한 잔 부딪치는 와인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대는 세상을

포호 하듯 연신 횡설이며 토해냅니다


잔잔한 와인잔 다시

그대는 가득 차고 난 콸콸 넘치게 채웁니다.



[그리고 또 그대 와인이 날 마셔버립니다] -은월



*등단 전 1990년대의 시작

가벼운 미숙한 시 감에 미소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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