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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람이다

by 은월 김혜숙

발 디딜 틈도 없는 잡풀 무성한

묵정밭에 꾸구리고 앉아

한심한 세상을 본다


이 하루도 하릴없이 썩히고 말았다

쥔 것 하나 없이 뒹굴다 언덕에

노을이 진 것보고 저녁인 줄 알고


누구나 아침에 눈 뜨면 자기 할 일 하러

안간힘을 쓰며 밀림 숲으로 떠나는데


밀림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선량한 초식동물들과

사나운 짐승 함께 하는 밀림


세상이 바뀌고 세월 흐름에도

눈만 뜨면

변함없이 사느냐 죽느냐에 있다


[그러니 사람이다]ㅡ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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