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벽을 보고 있었다
벽은 내가 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내게
밀어붙인다
탈출구 창을 내려고 순록의
뿔을 달고 벽을 향해 돌진하다 넘어졌다
냉동고에서 이끼를 찾아
반나절을 먹어치웠다
광활한 대지가 펼쳐진
툰드라의 삶을 찾고 있었나 보다
생을 돌면서 자유 하는 삶
순록이 죽어서 생피를 들고
먹여 줄 시간이 오자
수척한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어루만지고
또다시 벽이 날 밀어붙이고 있었다
내 벌판에 숱하게 뛰는 순록이
푸른 눈에서 드디어 벽을 열고
발소리를 내며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