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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렇게 살지 마

by 은월 김혜숙

내겐 동갑내기 동네친구가 있다
예전엔 한참 먹고살기
바쁜 그 가운데에도
모임은 활발해 얼굴 보는 일이 잦았다
.
그런데 세월 지나며 모임도 시들해
하던 사업도 다들 접고 나니
얼굴 보는 것도 뜸하다
.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그녀가 이따금 하는 인사말
인생 그렇게 살지 마다
싫은 소리 없는 건성으로
툭 던지며 습관대로 밥값은 각자 낸다

빌딩도 여러 채인 그녀의 철칙에
웃다가 헤어져 집에 올때
.
난 곰곰이 생각한다
인생 그렇게 안 살면
인생 그렇게 사는 것 아닌가
우리 모두 생 그 가운데
오가며 사는 삶 아니면
무엇일까?
.
인생 뭐 있겠어?
되묻고 되돌려 생각하니
인생 그렇게 살지 마가
되돌아온다
다음에 그녀를 만나면
인생 답 없다 그러지 말고
죽기 전에 찐하게 밥 좀 사봐
고집스러운 철칙 한번 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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