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월 김혜숙 Mar 21. 2024

흔적 있는 그리움

근래 내가 유년과 성장기를
보낸 곳의 기억을 더듬는 일이 자주 든다

유년과 사회생활을 서울 중심
도심에서 자란 나는

인왕산 아랫동네 사직동 살던
골목에서 바라보며 쓴 시라는
이상(김해영) 시인 오감도의 동네

나도 어린 날 사직동과  새문안길
신문로길  끝머리쯤에서 통의동으로 책가방을 메고
뛸 때와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사회초년생 때

그러니까  내 성장기 안에 전봇대 가스등 푸르무레한 날부터 

나팔 깔때기 촉다마 가로등이 있는 골목이 있는 기와집에서 살다

영업점이 기운 내 어머니가
가게 세간을 줄이고 효자동으로 옮기며
노천명시인 살던 누하동 집터를 지나
사회생활 출퇴근 길

옥인동 언덕 윤동주시인이
하숙했다는 동네에서 성장했는데

 50대 후반 느지막에 나도 시인의 길에 들고 보니
그때 그들이 내가 밟고 스친 대지와
가옥이 옛 시인의 발자취이고
내가 살던 곳에 살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내 어머니가
늘 그곳 어느 대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듯
멀리 있는 그리움이 흐린 기억의 동네어귀는
우연한 시인의 거리가 아니었음을

이젠 그곳을 떠나 외지에서 살다가
이승에 그 많은 자취를 남기고 간 내 어머니와
 내가 살다 온 그곳을 찾아갈 때면 부끄럽고
연약한 내 시로 이름 없는 시인이 이름 있는 시인 발자취에서 고개 숙인다


향기로운 옛 시인도 가고 시인도 아닌

내 어머니도 가고 없는 그곳은
이젠 낯선 동네다

작가의 이전글 춘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