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내가 유년과 성장기를
보낸 곳의 기억을 더듬는 일이 자주 든다
유년과 사회생활을 서울 중심
도심에서 자란 나는
인왕산 아랫동네 사직동 살던
골목에서 바라보며 쓴 시라는
이상(김해영) 시인 오감도의 동네
나도 어린 날 사직동과 새문안길
신문로길 끝머리쯤에서 통의동으로 책가방을 메고
뛸 때와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사회초년생 때
그러니까 내 성장기 안에 전봇대 가스등 푸르무레한 날부터
나팔 깔때기 촉다마 가로등이 있는 골목이 있는 기와집에서 살다
영업점이 기운 내 어머니가
가게 세간을 줄이고 효자동으로 옮기며
노천명시인 살던 누하동 집터를 지나
사회생활 출퇴근 길
옥인동 언덕 윤동주시인이
하숙했다는 동네에서 성장했는데
50대 후반 느지막에 나도 시인의 길에 들고 보니
그때 그들이 내가 밟고 스친 대지와
가옥이 옛 시인의 발자취이고
내가 살던 곳에 살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내 어머니가
늘 그곳 어느 대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듯
멀리 있는 그리움이 흐린 기억의 동네어귀는
우연한 시인의 거리가 아니었음을
이젠 그곳을 떠나 외지에서 살다가
이승에 그 많은 자취를 남기고 간 내 어머니와
내가 살다 온 그곳을 찾아갈 때면 부끄럽고
연약한 내 시로 이름 없는 시인이 이름 있는 시인 발자취에서 고개 숙인다
향기로운 옛 시인도 가고 시인도 아닌
내 어머니도 가고 없는 그곳은
이젠 낯선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