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왜가리 한 쌍이 날개를 펼쳐
한 바퀴 주변을 경비 돌고 나면
참새들이 염탐하며 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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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물지 않는 벼들이 오금을 조이며
떠는 외마디가 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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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녘 하늘에 해님이 해바라기에게 윙크하여
신호를 주고 땅거미들이 우르르 나와 한낮에
사람들이 벌린 추태에 증거를 남기자
저들만에 세상에서 부지런히 경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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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주야장천 애주가의 흥타령에
입담 쏟던 사내 하나가 전원 예찬 찬사를
비누 거품 빼듯 풀어내고 곁에 앉은 안식구에게
노후대책 거론하며 안달복달하다 안중에 없자
멋쩍어 텃밭에 내뱉어내곤 호탕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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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더위는 한없이 끈적여도 지하 땅끝에서
퍼올리는 물길에 속풀이 하다 바리바리 인심 가득
덤싸서 옆 꾸리에 늙은 호박 껴안고 덩실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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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좋다 연발 끝에 앞산이 귀갓길을 도우며
한 발짝 다가와 악수를 하며 각자의 길을 배웅하는
양평이 또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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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소 은월마을